“치킨-피자, 경계가 사라진다”…프랜차이즈업계, 불황 속 경쟁 치열

임유정 2023. 7. 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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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블러 현상 가속화…“경영 악화 만회”
소비자 선택 폭 넓히고 구색 강화 장점
기존 시장에 대한 위협 및 경쟁 심화 단점
옥석가리기 앞두고 생존 몸부림 본격화라는 해석도
맘스피자ⓒ맘스피자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를 중심으로 ‘빅블러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임금 인상과 원재료 상승 등에 따른 경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함인데, 한 가지만 팔아선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도록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맘스터치·신세계푸드‧굽네 등 치킨‧버거 기업들이 피자-치킨 시장에 번갈아가며 새롭게 진출했다. 소비자들에게 메뉴 선택의 폭을 넓혀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수익 다변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피자와 치킨을 주메뉴로 구성해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하고 전국 단위 매장으로 활성화한 브랜드는 ‘피자나라치킨공주’(피나치공)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갈수록 메뉴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피나치공은 2000년 9월 15일 창업해 현재 전국 477곳 매장을 운영 중이다.

외식 메뉴의 확장은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소비자의 다양해진 취향을 반영해 선택의 폭을 넓힐수 있고, 기존 메뉴를 성공시킨 경험을 통해 다른 메뉴로 확장을 할 경우 맛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워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맘스터치 운영사 맘스터치앤컴퍼니는 지난달 ‘맘스피자’의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피자헤븐’ 인수에 이어 신사업으로 피자를 낙점하고, 내년까지 피자 매장 200개를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피자 시장에 발을 들인 기업은 맘스터치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푸드도 노브랜드 피자의 가맹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노브랜드 피자를 론칭하고 첫 테스트 매장으로 대치점을 오픈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가맹점주 모집을 위한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을 완료했다.

굽네 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 역시 이미 피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오븐을 활용한 치킨 메뉴를 선보였던 만큼 추가 투자 비용 없이 피자 시장 진출이 쉽다고 판단해서다. 시장에 연착륙만 한다면 실적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지앤푸드 측은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피자업계는 치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한국파파존스는 서울 용강동에 본점(마포점)을 내고 운영을 시작했다. 연내 두번째 직영점을 개점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해 오는 2035년까지 전국 1000여 개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르세라핌 인 시카고(LE SSERAFIM in Chicago)’ 굽네 피자 광고 이미지ⓒ지앤푸드

이처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한 회사들이 다른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것은 외식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고물가로 가성비 제품이 각광을 받으며 시장 구조가 재편돼 시장 진입 기회가 생겼다.

다만 기존 시장의 경쟁만 더욱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가뜩이나 냉동 피자의 공세로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은 2017년 2조원에서 2020년 1조5000억원,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로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3% 급감했고, 한국피자헛은 영업손실 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미스터피자 운영사 엠피대산은 지난해 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치킨업계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킨 브랜드 수는 총 683개로 집계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9373개로, 전체 가맹점 수의 17.5%를 차지했다. 신흥강자 역시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현재 치킨업체들은 국내 치킨 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심 중이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배달 시장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어서다. 최근 배달 앱 3사에 따르면 사용자 수가 지난해 대비 400만명 줄었다.

일각에서는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 속 ‘옥석 가리기를 앞둔 생존 몸부림’이라는 해석도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최근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고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쏟아내는 등 마케팅전에 공을 들이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피자와 치킨 사업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유사한 만큼 진입장벽이 낮아 서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구조여서 업계간 확장이 유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자 색다른 콘텝트로 기존 시장에 ‘뉴니스(newness/새로움)’를 부여한다면 매우 좋겠지만 최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브랜드를 내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성장 한계성 및 시장 포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삼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존 피자 치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서로 파이 뺏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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