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펀드發 BBB급 회사채 온기 확산

임정수 2023. 7. 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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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조달이 극도로 어려웠던 신용등급 BBB급(BBB+, BBB, BBB-) 이하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연이어 성사되고 있다.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자금이 BBB급 채권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IPO 물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공모주 배정을 노리는 하이일드펀드 자금이 늘고 있다"면서 "BBB급 기업들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유동성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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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네트웍스·두산 등 발행액의 2~3배 초과수요 확보
IPO시장 회복에 공모주 우선배정 노린 수요 많아
신용도 개선되는 일부 기업에 국한…양극화 여전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조달이 극도로 어려웠던 신용등급 BBB급(BBB+, BBB, BBB-) 이하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연이어 성사되고 있다.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자금이 BBB급 채권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일드펀드는 세제 혜택과 더불어 기업공개(IPO) 시 상장 기업의 신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최근 펀드 규모가 늘고 있다.

공모채 시장 출격해 줄줄이 초과수요 확보

최근 BBB급 기업들이 연이어 공모 시장에 나와 발행액 이상이 초과 투자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AJ네트웍스(BBB+)는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입찰)에 나서 원하는 금리에 850억원어치의 기관투자자 수요를 모았다. 넘치는 투자 수요 덕분에 당초 회사가 제시한 금리보다 낮은 금리 수준에 발행액을 350억원으로 늘려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회사채 발행 주관은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앞서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BBB)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예정 발행액(300억원)의 3배 수준인 930억원이 응찰했다. 두산은 민간 채권평가사들의 평가금리(민평금리)보다 무려 80bp 낮은 5.741%로 430억원의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발행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보다 앞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진(BBB+)과 두산퓨얼셀(BBB)도 각각 목표액의 2배, 6배의 투자 수요를 모아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코오롱, SK해운, 한진칼 등은 수요예측 등의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찾아 각각 120억원, 295억원, 1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JW홀딩스는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붙은 사모 옵션부사채를 발행해 35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세제·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하이일드펀드 효과

투자은행(IB) 업계는 BBB급 회사채에 몰리는 투자 수요가 대부분 하이일드펀드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고금리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말한다. 정부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올해부터 하이일드펀드에 이자 및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세제 혜택을 위해서는 국내 채권 60% 이상,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담아야 한다.

세제 혜택과 더불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도 주어진다. 상장 기업과 IPO 주관사는 공모주를 최대 5%까지 하이일드펀드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내년부터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물량이 기존의 5%에서 10%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IPO 물량이 점차 증가하면서 공모주 배정을 노리는 하이일드펀드 자금이 늘고 있다"면서 "BBB급 기업들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유동성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이일드펀드의 온기가 일부 BBB급 기업에 국한돼 있다는 진단도 있다. BBB급 중에서도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기업으로만 투자 수요가 몰린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담보부사채 등의 다른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BB급 내에서도 신용도가 계속 악화하고 있거나 더 낮은 기업들은 하이일드펀드 자금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면서 "담보조차 충분치 않은 기업들은 초단기금융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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