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이복현의 '상생금융'에 대한 단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에 이어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내수산업이며 규제산업인 금융의 특성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취약계층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긍정적 견해가 있다. 반면, 시장경제에서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팔을 비틀어 가면서 부자연스럽게 강압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매번 이 원장의 행동이 나올 때마다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그때마다 느꼈던 생각을 한번 정리해 봤다.
이 원장은 지난 2~3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광주은행을 연달아 방문했고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등 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쏟아냈다.
(코로나19에, 경기부진에 모두 다 어려운데 은행들은 2조~3조원씩 당기순이익을 내고,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이자수익(예대마진) 장사를 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은행들도 사회공헌 사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 원장은 6월 29일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과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과 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우리카드는 이날 영세 카드가맹점·취약계층을 위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이 원장은 이날 "우리카드 같은 상생 노력이 금융권 전반에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은행, 보험사뿐만 아니라 카드사, 금융투자(증권)사 등 다른 업권에서도 다양한 상생금융 상품 개발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종룡 회장이 관료 출신이어서 그런지,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들한테만 어느 정도 압박하고 끝내려고 했던 듯하기도 하다. 이미 은행들 압박한지도 3개월이나 지났다. 임 회장이 펌프질 하니까 이 원장은 아주 신난 것 같은 모양새다.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까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데, 이거 좀 너무 멀리 나간 것 아닌가.)
이후 우리카드에 이어 현대카드, 롯데카드도 상생금융안을 내놨고 7월17일에는 업계 1위 신한카드도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놨다.
(당국이 대놓고 상생금융 하라고 압박을 하는데 다들 알아서 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카드사들은 올해 1분기 실적(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곳도 있고, 20~30%씩 감소해 아주 힘들다고 했는데도 몇천억씩을 내놓았다.)
7월13일에는 한화생명이 보험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상생금융에 동참했다. 한화생명은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가칭)’을 발표했다. 5년 만기 저축보험으로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 20~39세가 대상으로 5년간 5%를 기본 보장금리로 제공하며 월 10만~50만원을 납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소상공인 대상 상품도 적고 상품 자체도 복잡해 고민이 많았다고 했는데 결국 저축형상품을 내놨다. 정말 고민을 많이도 한 것 같다.)
이 원장은 이날 "상품 특성상 상생금융을 발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은행권과 달리 캐피탈사, 보험, 증권 등 비은행권은 건전성이나 운용 여력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여력이 없거나 포트폴리오상 (상생금융을 내놓는 것이)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요하거나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도 본인의 행보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던 걸까. 여력이 없거나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요하거나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여태까지는 압박을 한 것 같은데. 그리고, 여력이 있거나 적절한 회사는 뒤를 이어 상생금융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금융사 하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명문화된 법을 지키는 것이면 몰라도, 금융감독원장의 의중까지 다 헤아려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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