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외 부동산…대체투자 늘려온 보험사들 괜찮나

정진용 2023. 7. 2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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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재택근무…해외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보험사 해외 대체투자 자산 78조
부동산 자산 31%, 비중 가장 높아
금감원 선제적 점검 나서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해외 부동산 리스크까지 겹쳤다. 국내 금융사는 저금리 시대 영미 구축 빌딩에 앞다퉈 투자했다. 그러나 글로벌 긴축 기조와 원격 근무 영향으로 공실률이 치솟으며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당국은 은행,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의 해외부동산 투자 현황 점검에 나섰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8800억원을 투자한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임대료 상당 부분을 내오던 독일 은행 ‘데카방크’가 임대차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게 발단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트리아논 건물이 펀드 설정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될 가능성이 높다. 펀드 투자자 손실도 불가피하다.

경고음은 여기 저기서 나온다. 새마을금고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대체투자운용사 베스타스자산운용을 통해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영국 런던 오피스빌딩도 대규모 공실 발생으로 빌딩 가치가 하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홍콩 오피스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2800억원 규모의 펀드 자산 90%를 손실 처리하기로 했다.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공·사모 합산) 설정잔액은 74조535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대체 투자 자산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시점이 지난 2017년부터라며 펀드 만기가 대체로 5년인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보험사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13곳과 손해보험사 8곳의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78조4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해외 대체투자에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25조원(31.9%)으로 가장 높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섰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미국 부동산 투자 법인을 설립한 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핵심 지역인 유니언스퀘어에 위치한 300그랜트 건물을 1억5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그러나 올해 초 300그랜트 건물의 첫 번째 임차인이었던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매장 문을 닫았다. 2분기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공실률은 31.8%로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지난해 9월 글로벌 최대 대체운용사 블랙스톤과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하고 해외 부동산, 인프라, PE펀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나눠서 보면, 생명보험사 보다는 손해보험사사의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 내 대체투자 비중은 손해보험 29%, 생명보험 19%이고 해외 대체투자 비중은 손해보험 14%, 생명보험 8%다. 해외대체투자자산 중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와 부동산이 가장 많았다. 선순위 투자 비중은 손해보험 38%, 생명보험 35% 였다.

해외 대체투자 위험이 보험사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7일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을 통해 보험사 해외대체투자 리스크를 하반기 위험요소로 꼽았다. 다만 “만기 및 선순위성 등 고려 시 건전성 저하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국내 증권사 10곳의 CRO 등과 ‘부동산 익스포저(비중) 리스크관리 강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뿐 아니라 보험·캐피털·은행의 해외 부동산투자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5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금융권의 해외 대체투자 현황을 일제 점검하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나타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의 가격조정 관련 리스크 상황을 적시에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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