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페' 올라타고, '쓱' 손내밀고...핀테크 '오프라인 진격'의 이유 [팩플]
직장인 진모(31)씨는 지난달 휴가로 떠난 일본 후쿠오카에서 한국의 핀테크 앱으로 물건을 사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숙소 근처 편의점 ‘로손(Lawson)’에서 계산대 옆에 붙은 ‘카카오페이’ 스티커를 발견한 것. 한국에서 쓰던 카카오페이 앱 QR코드를 점원에게 보여주자, 100엔(약 900원) 할인 혜택을 받고 결제가 끝났다. 한국에서처럼 카카오페이 포인트도 적립됐다. 진씨는 “한국서도 안 써본 카카오페이 QR 결제를 일본에서 처음 개시했는데, 생각보다 편리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야
핀테크의 경쟁 무대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3사가 오프라인 결제에 적극 진출하면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1분기 오프라인 결제액은 8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4% 늘었다. 카카오페이도 1분기 오프라인 결제액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토스는 지난 9일 CU 편의점 1만7000곳에서 토스 앱으로 결제할 수 있게 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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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가 왜 오프라인을 탐내나?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신규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 대면 결제금액은 일평균 1조6000억원 규모로, 비대면 결제금액(1조 1010억원)보다 여전히 크다. 한국은행이 2021년 성인 353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최근 1개월 새 사용한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82.6%)나 체크·직불카드(56%)를 꼽은 비중이 전자화폐(9.2%)나 모바일카드(24%)보다 훨씬 컸다. 온라인 결제 중심으로 성장한 핀테크 기업으로선 오프라인 결제를 잡아야 추가 성장 여력이 생긴다는 얘기. 특히 최근 오프라인 점포에서 핀테크 앱으로 결제하는 ‘대면 온라인 결제’가 증가 추세라 분위기도 좋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면결제 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결제 단말기에 접촉하거나, QR코드로 결제한 거래 금액(하루 평균 2290억원)은 1년 새 46.9% 가량 증가했다.
다만, 핀테크 기업들은 당장의 수수료 수익보단 데이터를 노린다.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가맹점 수수료는 연 매출에 따라 0.8~1.2% 수준이고, 네이버페이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수수료보다는, 새로운 이용자를 모집해 결제 위치나 점포·결제시간 등 오프라인에서 소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시장 공략법은
◦ 삼성페이 올라탄 네페: 네이버페이는 결제 가맹점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삼성페이와 손잡았다. 지난 4월부터 네이버페이 앱에서 삼성페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결제 시스템을 연동했다. 그 덕에 제휴 가맹점 숫자는 기존 약 12만개에서 300만개로 25배 늘었다. 가맹점이 늘면서, 지난달 말 네이버페이 사용자 1인당 거래액은 삼성페이 제휴 전(3월 말)보다 186% 증가했다.
◦ 해외 공략하는 카페: 해외로 나가는 카카오페이의 전략도 두드러진다. 일본, 중국, 마카오, 프랑스(파리 프렝탕 백화점), 이탈리아(밀라노시 두오모 성당) 등 5개국에서 편의점이나 소매점 체인과 제휴를 맺었다. 독일, 호주 등 추가로 6개국에 진출하기 위해 기술 연동 작업에도 착수했다. 해외로 결제 범위가 넓어지면서, 1분기 해외 결제액은 직전 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쓱 합치려는 토스: 오프라인 결제 진출이 비교적 늦은 토스는 인수합병(M&A) 카드를 검토 중이다. 지난달 29일 신세계그룹이 소유한 간편결제 서비스인 쓱 페이와 스마일 페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토스가 두 결제 서비스를 인수하면 2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용자를 품게 된다. 업계에서는 쓱·스마일 페이 이용자 중엔 신세계 백화점이나 이마트의 중장년 고객층 비중이 클 것이라 추정한다. 토스로서는 구매력 높은 이용자를 확보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토스가 쓱·스마일페이를 계기로 신세계그룹을 주주로 확보해 오프라인 결제 시장서 협력할 것으로도 본다. 익명을 원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 만약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토스의 오프라인 결제에 혜택을 주는 식으로 협력한다면 토스로서는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확실한 우군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핀테크의 오프라인으로 확장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실물카드를 꺼내는 대신, 앱을 켜고 QR코드를 찍는 번거로운 과정을 유도하기 위해 이용자 포인트 적립 등 차별화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가맹점 확장 과정에서 잡음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는 카카오페이와 밴(VAN, 신용카드 결제 대행)사인 나이스정보통신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카카오페이가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 나이스정보통신의 결제망을 이용하는 등의 대가로, 나이스정보통신이 카카오페이가 직접 내야할 ‘오프라인 가맹점 모집비’를 일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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