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디폴트옵션 수익률 선두에 금융권 '술렁'

부광우 2023. 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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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올해부터 본격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첫 수익률 공개 성적표에서 선두 자리를 꿰찬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 이변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 은행권이 수익률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였던 디폴트옵션이 가동된 이후에도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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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적표서 14.16%로 1위 올라
증권사 제치고 수위 차지 '이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올해부터 본격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첫 수익률 공개 성적표에서 선두 자리를 꿰찬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 이변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은행권은 기존 퇴직연금 시장의 터줏대감으로서 안정성을 추구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높은 투자 효율성을 무기로 승부를 거는 그림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국민은행이 압도적인 격차로 수익률 1위 타이틀을 꿰차면서다.

이처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 은행권이 수익률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퇴직연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였던 디폴트옵션이 가동된 이후에도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들의 평균 수익률은 2.2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설정 기간이 여섯 달을 넘은 관련 상품들을 대상으로, 각각의 적립금 규모를 가중해 산출된 값이다.

상품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의 수익률이 14.16%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화투자증권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2와 신한투자증권의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의 수익률이 각각 11.47%와 11.41%로 2~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3(11.34%) ▲유안타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2(11.10%) ▲KB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2(10.94%) ▲KB손해보험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 1(10.44%) ▲미래에셋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TDF1(9.88%) ▲현대차증권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 1(9.58%) ▲하나은행 디폴트옵션 고위험 포트폴리오1(9.56%) 등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의 성적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디폴트옵션이 유예 기간을 마치고 이번 달부터 본격 실행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에 이목이 쏠린 와중 최상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본인의 관련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았을 때 사전에 정해둔 방법대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토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DC형과 IRP, 확정급여(DB)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은 금융사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퇴직 근로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내주는 퇴직연금인 반면, DC형과 IRP는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해 연금을 불릴 수 있는 상품이어서 수익률의 중요성이 더 크다.

특히 증권사들이 경쟁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되던 수익률 부문에서 은행이 선두를 꿰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이다. 사실상 예·적금 상품에 방치돼 온 퇴직연금 적립금이 금융사의 자산운용 방식에 따라 이동하게 되면서, 은행보다 수익률 높은 투자를 추구하는 증권사가 비교우위를 갖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은행의 강점은 시장 지배력이다. 노후 자금과 직결돼 있는 퇴직연금의 성격 상 안정성을 쫓는 고객일수록 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은행권이 확보하고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79조3882억원으로, 여전히 증권업계(79조1534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아직 보험업계(87조2724억원)보다도 적은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수익률 측면에서 증권사 못지않은 경쟁력을 보여 준다면 고객들 입장에서도 굳이 퇴직연금 갈아타기에 나설 유인이 없다"며 "더욱이 고위험 투자 성향 상품에서 은행이 증권사보다 고수익을 낸 현실은 상징성이 큰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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