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트레일블레이저, 가격 오를만 했네… 적수 없는 소형 '오프로더'
소형 SUV는 통통튄다? 더 묵직해져 돌아온 '진짜 SUV'
한층 부드러워진 승차감… "운전할 맛 나네"
쉐보레 맞아?… 인테리어 변화는 풀체인지급
컴팩트한 사이즈에 부족함 없이 넓고, 가끔은 친구나 가족들을 태우고 콧바람 쐐기도 좋은 소형 SUV. 5년 전 불티나게 팔리던 열풍은 가라앉은 모습이지만 사회 초년생과 1·2인 가구 덕에 꾸준히 잘 팔리는 차급이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아쉬움을 상쇄하던 과거 소형 SUV와 달리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걸맞는 모델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제 다양한 옵션과 편의 사양을 우선시하는 '실속형'도, 정통 SUV와 같은 묵직한 기본기를 우선시하는 'FM형'도 입맛에 따라 골라 살 수 있다는 소리다.
이에 쉐보레는 'FM형'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트레일블레이저를 부분변경하면서 '실속형'까지 노리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 쉐보레다운 기본기는 지키면서 쉐보레답지 않은 인테리어를 통해서다.
과연 실속형 소비자에 속하는 기자도 혹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25일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돌아온 트레일블레이저를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트림 풀옵션, 가격은 3634만원이다.
시승코스는 강남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부터 여주 아울렛 근방 오프로드 시승장까지 왕복 약 140km 구간이다. 막히는 도심부터 고속도로, 오프로드 코스까지 주행성능과 정통 SUV의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됐다.
"너... 어디 뭐 했어?"
어디가 바뀐지 잘 모르겠는데 묘하게 잘생겨졌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분명히 같은 얼굴인데 은근히 더 예뻐진 느낌이다. 원래도 디자인 하나만큼은 호평을 받은 모델인 만큼 외관엔 최소한의 변화만 주기로 한 모양이다.
천천히 뜯어보니 인상을 좌우하는 눈이 살짝 바뀌었다. 길게 찢어진 헤드램프가 전작보다 더 얇아지면서 날렵하고 공격적인 인상이 강해졌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더욱 비슷해진 것 같기도 하다. 큰 변화도 아닌데 만족감은 크다.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란 말은 이번 트레일블레이저를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색상 변화도 주목할만 하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카키색이었는데, 메인 컬러로 택해도 좋을 정도로 부드럽게 잘 어울린다. 전작이 빨간색, 이비자 블루색 등 젊고 화려한 느낌 위주로 색상을 뽑아냈다면 이번엔 좀 더 점잖고 대중적이다. 특히 흰색, 검정색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선 톤다운 된 카키색의 인기가 높을 듯 하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눈에 띄는 디자인 변화는 외관보단 내부 쪽이다. 내부는 풀체인지라고 봐도 될 정도로 완전히 갈아 엎었다. 화려한 외모에 끌려 다가왔다가도 '아… 쉐보레였지' 라는 탄식을 자아냈던 전작과 달리 디지털 냄새를 풍기며 최신식으로 탈바꿈했다.
운전석 문짝을 열어 젖히자마자 고급감이 제대로 느껴지는 도어 쪽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RS 트림의 특징인 레드 포인트 덕이다. 전작보다 레드 색상이 전반적으로 톤다운됐는데, 스포티한 느낌은 조금 적어졌을 지라도 세련미는 더 살아난 모습이다.
올 3월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비교하자면, 소재 하나하나에서부터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 대시보드부터 송풍구, 도어 소재 등 트랙스보다 더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됐다. 트랙스에선 손으로 직접 열어야했던 선루프도 파노라마가 가능하다. 트랙스가 아쉬워도 가격에 눈감아야했다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돈 더 쓴 티가 확실히 난다.
트랙스와의 차이가 이게 다라면 당연히 트랙스를 추천했을테지만, 트레일블레이저에 숨겨진 진짜 감동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부터다.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기존의 다소 딱딱하고 거칠었던 주행감과는 전혀 다르다. 엔진은 그대로지만 19인치 휠을 기본 적용하면서 세팅값이 바뀐 덕분이다. 전작이 좀 더 미국스럽긴 했으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쪽은 이번 모델이다.
그러면서도 수많은 '쉐슬람'을 양산한 단단한 하체와 묵직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동급 경쟁차종 대부분이 통통 튀는 가벼움을 가졌다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역시 안정성 면에서만큼은 확실한 무기를 가진 듯 하다. 수많은 편의사양보다 차 자체의 묵직함을 선호하는 'FM형' 소비자들에게는 완벽한 선택지다.
특히 정통 SUV로서의 면모는 오프로드 코스에서 확실히 체감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진흙으로 미끄러워진 습지와 가파른 산길도 거뜬히 돌파해냈다. 컴팩트한 사이즈의 엔트리카에서 맛보는 정통 SUV의 맛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물론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 이 차를 구매해선 안되겠지만, 빗길이나 눈길, 비에 젖은 흙길 등 일상 중 돌발 상황에서는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편의 사양과 옵션으로 다소 아쉬운 기본기를 상쇄하는 경쟁 차종들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박한 옵션이겠다. 트랙스의 경우 한국 시장 전용 옵션으로 오토홀드를 제공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에는 내수용 모델에도 오토홀드가 없다. 전작에선 지원했던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빠졌다. 아무리 글로벌 모델이라지만 꽉 막히는 도로에서 오토홀드 없는 '신차'는 다소 서운하다.
예뻐진 인테리어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글로벌 눈높이에 맞춘 얄짤없는 옵션은 '실속형'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 'FM형'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고 보는 편이 더 알맞겠다.
시승 전엔 분명히 '비싸다' 싶던 가격이 타보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물론 저렴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기본기를 중점으로 비교하자면 동급 모델 중엔 경쟁자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쉐보레가 만든 소형 SUV는 분명한 무기가 있다.
가격 때문에 '그 돈이면 트랙스 사지'라고 생각했다면 꼭 한번 전시장에 들러 두 차종을 시승해보길 추천한다. 트레일블레이저에서 트랙스의 가격을 찾으면 안되는 이유는 가속페달만 밟아봐도 쉽게 납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타깃
-잘생긴 게 최고야. 짜릿해. 외모지상주의 당신에겐 안성맞춤
-SUV인척 하는 소형 RV말고, 소형에서도 '진짜 SUV' 찾는다면
▲주의할 점
-가격도 경쟁력인 소형SUV 시장, '좋아진 값'은 다소 가혹하다
-분명히 더 나아졌지만 경쟁 차종 발끝 정도 따라온 인테리어와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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