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2%p’의 길… 한은 어떻게 헤쳐나갈까

美 연준, 금리 0.25%p 더 올려
한은, 금리 추가인상 고심 중
추경호 “외화자금 시장 양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을 재개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차는 역대 최대 폭인 2.0%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연준은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은 이번이 마지막 금리 인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발(發)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서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를 좁히려고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국내 금융불안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에는 한·미 기준금리 차가 부담스럽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금리는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가 됐다. 제롬 파월(사진)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며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연준은 지난 회의 때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목표 금리를 5.625%로 제시했다. 연준이 제시한 목표 금리를 달성하려면 향후 회의에서 최소 한 차례 더 0.2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미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앞으로 남은 세 차례 회의에서 현재 수준의 금리를 연말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은 한은의 금리 결정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네 차례 연속 연 3.50%로 금리를 동결했던 한은은 우선 인상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상 최대 폭의 한·미 기준금리 차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도 인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환율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외화자금시장 역시 양호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