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의 한반도평화워치] ‘매력 국가 한국’ 첫걸음은 매력적 음식으로부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음식은 가장 강력한 소프트파워다. 특히 풍요의 시대가 오래 지속하면서 인류는 배불리 먹는 것보다 무엇을 먹느냐에 관심이 커진 지 오래다.
미국은 일찌감치 맥도날드·피자헛·켄터키 치킨·콜라·스타벅스 등 패스트푸드 분야에서 세계를 석권했다. 미국이 이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건국 과정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단시간에 식사를 끝내야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이 패스트푸드 분야에서도 잘 발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인에게 있어 식사는 즐긴다기보다는 일할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다. 차량에 비유하면 연료라 할 수 있다.
반면 미식의 메카로 알려진 프랑스 사람들에게 음식은 큰 즐거움으로, 한 끼 식사가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대체로 앵글로색슨 국민은 금욕적 생활에 익숙한 반면 프랑스인은 맛있는 음식과 술을 추구하고 흡연도 즐기는 등 쾌락적 삶을 추구한다는 시선이 있다. 미국인은 식사 후 “배부르다”고 하지만 프랑스인은 “맛있었다”고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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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유명 식당엔 한국인 가득
음식 맛있어야 관광객도 늘어
한국서 세계 음식 즐기게 해야
‘식사 외교’ 활동에도 관심 필요
」
음식 강국 일본, 관광객 사로잡아
동북아로 눈을 돌리면 일식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다. 스시·라면·돈카츠·소바 등 대중적이고 패스트푸드 같이 빨리 먹을 수 있는 일식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비싼 일본 정식은 고급 접대요리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내 중식당·양식당 요리도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원조 국가에서 먹는 중식·양식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끊임없이 최고의 맛, 시각적 아름다움,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추구하는 일본 요리업계에는 오랜 수련을 거친 장인 요리사들이 풍부하다. 아날로그적 절차탁마(切磋琢磨)가 요구되는 요리 영역이 일본인의 성향에 잘 맞아 일본이 세계적 음식 강국으로 평가를 받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식의 경우, 맛은 있으나 기름과 인공조미료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요즘에는 그 명성이 전과 같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식 만두(교자)나 탕수육 등 세계인 입맛에 익숙한 많은 요리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5000만 명에 달하는 화교들이 세계 도처에 살고 있어 중식은 그 지역 풍토에 맞게 현지화된 형태로 뿌리내렸다.
세계 수준의 음식 만들 수 있어야
한국의 음식 수준도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괄목할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인들이 음식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게 되며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한국에서 맛볼 수 있다. 김치·비빔밥·삼계탕·불고기·떡볶이·치킨 등은 한류와 맞물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손님 접대용 고급 한식당도 늘어났다. 다만 한국 음식은 몇몇 단품 음식 외에는 세계적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무리하게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한국이 양식·일식·중식·중동식 등 세계화된 음식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의 맛있는 짜장면은 중국의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것이다. 맛있는 스시나 스파게티·스테이크·쌀국수·케밥을 한국의 도시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면 한국이 음식 천국이 되고 매력 국가가 된다.
관광 차원에서도 음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00만 명을 넘었지만, 방한 일본인은 30만 명을 밑돌았다. 이런 추세는 올해 더욱 굳어졌다. 올해 상반기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은 313만 명인데 반해 올해 1~5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67만 명을 밑돈다. 최근 한국인들이 제주도 등 한국 여행지 대신 일본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여행 일상화, 음식 빠질 수 없어
코로나도 끝나 이제 한국인에게 일본은 국내 여행지나 다름없다. 한국은 관광 최강국의 하나인 일본과 경쟁한다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행 비용, 볼거리, 친절성, 음식 등 모든 것이 중요하나 무엇보다 음식이 뛰어나야 몇 번이고 다시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이를 위해 우리 관광지는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먹거리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 한국 관광객이 넘친다는 현실을 건설적인 자극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 여행이 점점 더 일상화하는 시대가 됨에 따라 관광 수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도 커지는 점을 생각하면 음식 강국 한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외교 현장에서도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셔틀 정상외교를 복원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부부간에 이루어진 식사 외교(도쿄 긴자, 서울 대통령 관저)는 통상 대규모 만찬이 관례라는 점에서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정상 간 개인적 친분과 신뢰가 깊어지는 데 식사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는 양국 관계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족한 ‘식사 외교’ 인프라
일본은 지도자 개인 간의 친분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잘 준비된 식사 외교를 전개하는 전통이 있다. 고(故) 아베 일본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긴자의 유명 스시집으로 초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골프를 함께 할 때 도쿄의 유명 햄버거집 주방장을 클럽하우스로 불러 트럼프가 좋아하는 햄버거를 만들도록 했다. 다루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간 친분을 다지며 긴밀한 미·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식사 외교가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음식 강국 일본의 존재감은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일본 대사관저의 식사 외교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전 세계 외교가에서는 일본 대사관저가 가장 훌륭한 요리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이는 일식의 다양하고 풍부한 메뉴, 우수한 요리사, 이를 뒷받침해주는 예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대사로 재직할 때 대사관저 요리가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현실적으로 식사 외교 인프라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아 늘 아쉬웠다. 대사관저는 대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 공간인 만큼 다소 예산을 늘려서라도 식사 외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혁 전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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