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선생님은 편의점 직원? 일본은 지금 ‘접객 교사’ 논란

김현예 2023. 7. 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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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예 도쿄 특파원

# “숙제가 적어요. 더 내주세요.” 학부모 간담회장. 한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을 찾아와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조금 뒤 다른 학부모가 찾아왔다. “시험 준비로 바쁘니까, 숙제를 줄여주세요.”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쓸데없는 숙제는 없애는 방향으로, 꼭 필요한 내용을 숙제로 내겠습니다.” 학부모의 정반대 요구. 교단에 서는 교사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 “시간이 되어도 아이가 안 일어나요. 선생님이 매일 전화해주세요.” “우리 애가 싫어하는 건 급식으로 주지 마세요.” “우리 애는 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우니 화내지 말아 주세요.” 학부모의 요구는 끝이 없다. “혼나는 걸 싫어하니 되도록 작은 목소리로 혼내라”는 말은 양반이다. “선생님이 화를 내니까 우리 애가 학교에 가길 싫어해요. 전화를 바꿔줄 테니 사과해 달라”는 일도 종종 있다.

악성 민원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사람들. [뉴시스]

요즘 한국서 벌어지는 일 같지만 일본 얘기다. 판박이 같은 이 사례를 지난 2020년 낱낱이 『교사라는 접객업』이란 책으로 엮은 사이토 히로시(斎藤浩)는 현직 선생님. 그는 교권이 떨어지다 못해 교사라는 직업이 ‘접객업’이 됐다고 말한다. 흔한 사례 중 하나인 ‘숙제’ 요청만 봐도 그렇다. 원래대로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교육 내용은 보호자 요청에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하기 때문에 숙제로 내는 겁니다. 담임인 제 판단으로 결정하는 겁니다”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요구가 많은 부모를 접하는 교사는 이 답을 입에 올리지 못한다. 왜일까.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업의 본질이지만, 어느샌가 학생과 학부모라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접객이 본업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교사의 일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고객 만족을 위한 것이 되면서 교사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형제 다툼을 말려 달라”는 전화부터 매일 같은 시간 전화하는 학부모까지 등장했다. 교사는 고객을 위해 24시간 밤낮없이 응대하는 ‘편의점과 같다’(아사히신문)는 지적마저 나왔다.

지난 20여년 간 접객 교사 시대를 맞았던 일본의 오늘은 어떤가.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이유로 휴직을 선택한 공립학교 교직원 수(5897명)는 사상 최대에 달했다. 전체 교직원의 0.64%에 달하는 수치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2000년만 해도 일본 초등학교 교사 시험 경쟁률은 12.5대 1이었지만 2019년엔 2.8대 1로 5분의 1토막이 났다. 접객 교사 시대를 끊어내야만 우리에게도, 우리의 자녀에게도 미래가 있다.

김현예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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