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당신의 행복을 쇼윈도에 전시하지 말라
‘불행’. 지난주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단어다. “남들도 나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조선(33)이 한 말이다. 그의 눈엔 거리의 행인이 모두 행복한 것처럼 비쳤던 것일까. 아니, 그것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드라마 ‘행복배틀’(ENA)이 묻는 것은 행복과 불행의 경계다. 최고급 아파트단지의 엄마들이 SNS에서 ‘누가 더 행복한가’를 겨루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드라마에서 대사 한 줄이 귀에 꽂혔다.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속을 끓이는 나영(차예련)이 의문의 죽임을 당한 인플루언서 유진(박효주)을 두고 하는 얘기다.
“행복배틀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더 행복해질 필요도 없어요. 남의 행복을 부수면 되거든요.” 그러면서 말한다. “전 언니(유진)한테 불행한 일이 하나쯤 꼭 생기길 바랐어요. 죽길 바란 게 아니라. 불행을 공유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유진도 실은, 불행의 그림자에 갇혀 살았음이 드러난다.
이렇듯 SNS에 전시된 행복이 착시일 가능성이 큰 까닭은 SNS 자체의 속성에 있다.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만을 편집해서 올리기 때문이다. 명품, 맛집, 애인/배우자, 자식…. 이런 식의 행복 자랑을 신물 나게 지켜보는 구경꾼은 우울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스스로의 삶이 하찮게 느껴진다. 그리하여, 행복을 흉내내거나 불행을 공유하길 바라게 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살살 핥아 먹어야 하듯 행복도 소중히 여길 때 오래 갈 수 있다. 행복을 남들 앞에서 과시하면 햇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금세 녹아버리고, 녹은 아이스크림은 손가락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불쾌함만 남는다. 그러니, 당신의 행복을 쇼윈도에 전시하지 마시라. 그 행복을 진정 아끼고 사랑한다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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