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받은 결혼자금, 3억까지 증여세 면제

김기환, 나상현 2023. 7. 2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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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가 늘어난다.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문턱은 낮추고, 혜택은 늘린다. 연금 생활자를 위해선 사적연금 저율 분리과세 한도를 연 1200만원에서 연 1500만원으로 확대한다. 반려동물 진료 시 부가가치세는 면제해 준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긴 이른바 서민·실생활 ‘핀셋 감세’의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27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23년 세제개편안’(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8월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국회에 제출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중반기(3년 차)에 걸맞게 안정적인 감세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처음 짠 세제개편안은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를 대폭 내리는 ‘전방위 감세’였다. 2026년까지 13조1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이다. ‘대대적 감세를 통한 경제 살리기’란 정부 지향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반면에 올해 개편안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실생활에 와닿는 감세로 ‘미세 조정’에 가깝다.

우선 신혼부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린다.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 기준은 기존 가구당 4000만원에서 7000만원, 지급액은 자녀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각각 올린다.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한다.

내 집 마련에 따른 빚 부담도 덜어준다.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상환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주택가격 기준을 5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인다. 공제 한도는 300만원에서 600만원 등으로 확대한다. 물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해 맥주·탁주(막걸리) 주세율을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 개편안에도 영상 콘텐트 제작비에 대한 최대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15%, 중소기업 30%까지 올리는 등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 시 증여세 저율 과세(10%) 구간을 기존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하고, 연부연납 기간도 기존 5년에서 20년으로 늘린다.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유턴기업) 지원하는 소득세·법인세 감면 폭·기간도 복귀 후 5년 100%+2년 50%에서 7년 100%+3년 50% 감면으로 확대한다.

올해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2024~2028년에 걸쳐 총 4719억원으로 추정된다.


‘세수 가뭄’에도 경기부양 위해 감세기조…서민·실생활 ‘핀셋감세’에 방점

신재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세수 가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목별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5900억원과 437억원 줄어들지만, 법인세는 수익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합리화 등의 영향으로 169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감세 규모가 크지 않아 ‘대기업·부자 감세 반대’를 내건 야당의 반대도 지난해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풀기도, 대규모 감세를 연달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핀셋 감세’로 최소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수출·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가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한 만큼 감세 기조를 이어가 서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감세 폭을 대폭 줄인 건 세수(국세 수입) 확보 측면에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올해 5월까지 걷힌 국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조원 줄었다. 국세 수입 진도율(올해 세수 목표 대비 실제 징수율)은 40%다. 1년 전보다 9.7%포인트 낮다. ‘건전 재정’을 내건 정부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수 부족까지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올해도 감세 기조를 이어간 것은 경기 침체 및 인구 위기 상황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 기조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결국 세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김기환·나상현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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