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무기·군사기술의 ‘위험한 거래’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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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방장관, 전쟁 와중에 파격적 방북 행보
북, 탄약 등 주고 핵미사일 기술 수입 가능성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중국과 러시아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했다. 북한은 남침 사실을 부정하면서 7월 27일을 소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전승절)’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도 다양한 무기를 자랑하면서 대규모 열병식까지 열었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에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당정 대표단을 파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찾아가 전쟁 중에 미군 폭격으로 숨진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에 헌화했다. 북·중 혈맹 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보다 러시아의 방북 행보가 더 민감한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와중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단장 자격으로 2박3일간 북한을 방문한 것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더욱 예사롭지 않은 것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 동선이다. 지난 25일 방북한 쇼이구 장관은 그제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회담하며 “북한은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북측은 ‘제국주의자들의 전횡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북·러 사이에 모종의 밀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력과 무기가 크게 부족해진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탄약과 무인기 등을 받고 대신 북한은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 우주발사체 등 첨단 무기 기술과 노하우를 받는 합의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그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온 쇼이구 장관과 함께 ‘무장 장비 전시회-2023’ 행사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호크(무인정찰기)와 리퍼(무인공격기) 같은 미국산 무인기를 베낀 듯한 다양한 북한산 무기를 쇼이구 장관에게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러시아는 무인기 재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돈 받고 무기를 팔거나 무상으로 무기를 제공할 테니 군사 기술을 달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북·중·러가 평양에 집결해 정의와 평화를 주장하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1950년 스탈린의 승인에 따른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깨졌고, 중국이 공연히 개입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초래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정의의 전쟁’이라 운운하고, 러시아는 지금도 북한의 뒷배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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