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분기 성장률 2.4%…22년래 최고 찍은 금리 더 올리나
미국 정책금리가 22년 만에 최고치인 연 5.25~5.5%로 올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다시 인상하면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향후 금리 행보에 관한 힌트를 아꼈지만, 2분기 미국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FOMC는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적절한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의 누적,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경제와 금융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미 중앙은행이 ‘물가 2%’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점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됐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년3개월 만에 3%대(전년 대비)로 떨어졌지만,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전년 대비 4.8%)는 Fed의 목표보다 배 이상 높았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2%로 되돌리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일각의 연내 금리 인하 예상에 대해서는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모건스탠리는 “정책금리 5.25~5.50%를 정점으로 생각하며, 내년 3월 0.25%포인트 인하 전까지 동결할 것”으로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도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한다”고 했다.
이런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 경제가 2분기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이 연율 2.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1.8%)나 1분기 성장률(2%)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상무부는 2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민간 소비를 꼽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미국 소비자들이 여행이나 고가 상품에 대한 지출을 늘렸다”며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면서 강력한 노동 시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7로 202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에 Fed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높은 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9월 FOMC 정례회의 전에 집계될 두 번의 일자리 지표와 CPI 지표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6월 CPI 상승률이 3%로 둔화하는 등 물가가 안정적으로 잡히는 가운데 골디락스(고물가 없는 경제성장)를 달성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이날 파월 의장은 “향후 정책은 매 회의 때마다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도 27일(현지시간) 9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 종전 4.00%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유럽에선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지원·오효정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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