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마지막 선택…사랑했기에 받아들였다

홍지유 2023. 7. 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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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블룸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어. 무릎 꿇고 살고 싶지는 않아.”

알츠하이머는 잔인한 병이다. 수십 년을 함께 산 아내의 취향을 완전히 망각한 채 얼룩무늬 니트를 선물하고, 멀리 이사 간 친구가 여전히 옆집에 산다고 생각하게 하는 병. 남편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는 그의 결정에 따라 함께 스위스 취리히로 떠난 부부가 있다.

『사랑을 담아(InLove)』

스위스는 1942년 전 세계 최초로 ‘존엄사’를 허용한 나라다.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는 외국인도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존엄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그니타스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 『사랑을 담아(In Love)』(사진)는 지난해 미국 타임지 선정 최고의 논픽션 1위에 올랐다. 저자 에이미 블룸(70)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썼다. 제도를 비판하려는 목적은 아닌 것 같다.
A : “남편 브라이언의 부탁으로 책을 쓰게 됐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존엄사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과 취리히에서 우리 부부가 겪은 일들이 알려지길 원했을 뿐 논쟁을 벌이고 싶어하진 않았다.”

Q :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글을 쓰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았나.
A : “그 시간을 끄집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 달라는 것이 브라이언의 마지막 소원이었기 때문에 그를 생각하면서 견뎠다. 브라이언의 유언은 ‘이 책의 독자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Q : 디그니타스로의 여정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A : “취리히에 도착한 이후 남편의 존엄사를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다. 정해진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 끝을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없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미국의 법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이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먼 취리히 땅에서 마지막을 맞이해야 했던 것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Q : 미국의 법이 개인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생각하나.
A : “미국에서는 약 10개 주가 6개월 내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진단을 두 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받은 환자에게만 존엄사를 허용한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Q : 연명 치료를 포기한 이유는.
A : “물론 연명 치료도 고려했다. 하지만 연명 치료를 하면 브라이언의 생이 다하는 날 아이들이 슬픔과 안도를 동시에 느낄 테지만, 존엄사를 택하면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 있다고 우리는 결론 내렸다.”

Q : 책 제목에 담긴 의미는.
A : “‘사랑을 담아’는 브라이언과 나의 관계이자, 내가 브라이언의 결정을 지지한 이유다.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와 함께 취리히에 갔다.”

Q :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것.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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