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3000원 시대…가격 인상 고심하는 유업체, 영향 제한적이라는 정부

김흥순 2023. 7. 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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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 소위원회, 원윳값 인상폭 잠정 합의
음용유 ℓ당 88원, 가공유 87원 올리기로
내달 이사회서 최종 확정…10월1일 적용

올해 우유 원유(原乳) 기본 가격을 정하기 위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50일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끝에 인상폭을 잠정 도출했다. 마시는 우유(음용유)의 원유 기본가격은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기본가격은 87원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이제 원유를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유업체가 복잡한 수 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원유 가격 인상폭에 따라 현재 2000원대 후반인 흰우유 소비자가격이 ℓ당 3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식품업계 전반으로 물가 상승을 억누르려는 정부의 압박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정부는 주요 제품별 우유 함량 비중까지 공개하며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업체는 인상폭에 따라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적절한 선을 정하기까지 또 한 번 진통이 예상된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27일 오후 늦게까지 열린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에서 이 같은 인상안에 합의했다. 지난달 9일 첫 회의를 시작한 지 49일 만이다. 낙농진흥회는 다음 달 10일 이사회를 열고 협상 소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원유 기본가격 인상분은 오는 10월1일부터 적용된다. 이는 당초 8월1일에서 2개월 늦춘 것으로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낙농진흥회는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이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음용유용 원유 ℓ당 1000원 돌파
흰우유·가공 유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이번 합의에 따라 음용유용 원유는 ℓ당 지난해 996원에서 88원 오른 1084원이 된다. 앞서 협상 소위원회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의 협상 범위를 ℓ당 69~104원으로 두고 인상폭을 논의했다. 소위원회는 "생산비 상승과 흰우유 소비 감소 등 낙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감안해 인상폭을 정했다"고 밝혔다. 치즈와 연유,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 가격은 ℓ당 87원 올라 887원이 된다. 가공유용 원유 가격의 협상 범위는 87∼130원이었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수입산 유제품과의 가격 경쟁을 위해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협상 최저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음용유용 원유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흰우유 등 신선 유제품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 가격이 처음으로 ℓ당 1000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흰우유 가격도 ℓ당 30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원유 기본가격이 전년 대비 ℓ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는 흰우유 가격을 10% 가까이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우유 1ℓ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6.6% 인상된 2800원대가 됐고, 매일유업의 900㎖짜리 흰우유 제품 가격은 2610원에서 9.57% 상승한 2860원으로 인상됐다. 남양유업은 900㎖ 제품 가격을 8.67%로 올려 2880원이 됐다.

올해는 원윳값 인상폭이 훨씬 커 유업체가 10%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할 요인이 생겼다. 여기에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 우유를 재료로 쓰는 제품군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지난해 원윳값 상승 이후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은 20% 올랐고, 과자류 가격은 10%대 상승했다. 커피 전문점 등에서 카페라떼 등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하나로마트에서 고객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정부 "원윳값 인상이 '밀크플레이션' 초래는 과장"
가격 인상 자제 드라이브 걸 듯

이에 반해 정부는 원유 기본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반 빙과류의 경우 유제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빵이나 과자도 유제품 사용 비중이 1∼5%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대다수 외식업체는 국내산 대비 반값인 수입 멸균우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원윳값 인상이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우유 가격 인상의 원인은 원유 가격보다 유통 과정에서 붙는 마진"이라며 "유통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농식품부는 유업체 10곳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원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흰우유 등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도록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기본가격 협상의 소비자 측인 유업계는 인상폭이 반영되기 전까지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유업체 관계자는 "원유 기본가격 협상안이 이제 막 도출된 상황이라 아직 제품 가격 인상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면서도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 의지도 강해 업계로서는 난감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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