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스테이·아웃도어 스테이·혼펜...내 생애 특별한 여름휴가 [스페셜리포트]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여름휴가철을 맞아 본격적인 여행 계획을 짜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무작정 유명 관광지, 명소를 찾아 사진 찍기에 바쁜, 매년 똑같은 스타일의 여행은 이제 지겹다. 평범한 여행 콘셉트를 탈피해 남들과 다른 여행 플랜을 준비하는 이가 적잖다. 이런 욕구를 가진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여행 스타트업이 색다른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1세대 여행 스타트업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래블테크(Travel-Tech)’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여행업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산업인 ‘트래블테크’ 분야에서는 설립 초기임에도 벤처투자업계 러브콜을 받으며 몸집을 키워가는 곳도 적잖다.
파인 스테이·아웃도어 스테이 인기
‘파인 스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레스토랑에서 ‘파인 다이닝’으로 소비자를 타기팅한다면, 숙소에는 파인 스테이가 있다. 숙소 예약 플랫폼 운영사 ‘스테이폴리오’가 개척한 새로운 여행 장르다.
2015년 설립된 스테이폴리오는 고품격 숙소를 전문적으로 골라서 보여준다. 특히 한옥 스테이가 인기다. 한옥 스테이는 1박에 30만~50만원에 달하는 고가 숙소임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의 공간 욕구를 충족하며 틈새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적인 숙소 경험은 폭발적인 해외 고객 유치로 이어졌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숙소를 예약한 해외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1174.5% 증가했다.
넘치는 수요에 사업은 성황이다. 스테이폴리오는 지난해 말 1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이후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일본과 싱가포르에 설립된 지사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더욱 힘쓴다는 계획이다. 월간 이용자 수(MAU) 50만명, 월간 거래액 30억원 등 1년 새 주요 실적이 5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특별한 숙박 경험을 찾는 여행객 덕분에 ‘아웃도어 스테이’도 인기다.
스테이폴리오가 지난 3월 인수한 ‘어라운드폴리’는 제주 서귀포 난산리에 위치한 아웃도어 스테이다. 기존의 펜션과 캠핑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1만4800㎡(약 4500평) 규모 부지를 카라반, 캐빈 등으로 꾸며 2018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는 “단순히 잠만 자고 나오는 게 아닌 차별화된 숙박 경험을 글로벌과 로컬의 만남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행 스타트업 프립은 국내 여행의 새로운 형태인 1박 2일 ‘혼펜’ 상품도 선보였다. 혼펜은 ‘혼자서 즐기는 펜션 여행’의 줄임말로 혼밥, 혼술처럼 혼자서 자연 속 펜션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새로운 여행 형태를 뜻한다.
취미 같은 여행 즐겨요
별빛·커피 등 테마 여행에 숏 영상도
여행도 취미처럼 즐긴다?
최근 MZ세대 중심으로 ‘취미 여행’이 인기다. 맛집 탐방을 비롯해 스포츠, 캠핑, 문화 체험 등 개인마다 세밀화된 취향을 반영한 여행이 새로운 여행 문화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프립은 강원관광재단과 손잡고 ‘여행에 취향을 입히다’라는 콘셉트로 프리미엄 패키지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강원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미식, 별빛, 커피, 예술, 환경, 사진 등 다양한 테마 상품으로 출시됐다.
일례로 강원도 강릉에서 진행되는 커피 여행은 테라로사 커피, 보헤미안 로스터즈 커피를 견학하면서 커피 시음,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스토리텔러로 박이추 커피 명인과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가 참여한다.
철원에서 선보이는 별빛 여행은 한탄강 주상절리길에서 지질 탐사를 하고 두루미마을에서 북토크를 한 후, 백마고지에서 별을 관측하는 코스다. 우주과학 별자리 전문가 김지현 작가와 천체 사진 작가인 김동훈 작가가 스토리텔러로 동행한다. 환경 여행은 양양에서 업사이클링 체험과 서핑 강습,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Beach Combing)’ 등을 할 수 있다.
이들 상품은 기존 거주지에서 진행하던 취미 활동을 강원도 내 인기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인이다. 취미별 전문가와 함께 취미를 좀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데다 서울 출발 왕복 버스를 제공하는 등 버스 패키지로 이동 편의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지금은 숏 영상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숏 영상 인기를 적극 이용해 MZ세대를 사로잡은 여행 업체도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 ‘트립비토즈’는 일반적인 여행 예약 애플리케이션(앱)과 달리 다양한 여행 정보를 ‘숏 영상’으로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능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 탐색과 예약, 공유 등을 위한 38만여개의 사용자 창작 콘텐츠(UGC) 영상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회원들이 각 여행지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유하면 ‘랭킹’과 ‘챌린지’ 기능을 통해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적용, 여행을 하면서 돈도 버는 이른바 ‘T2E(Travel to Earn)’ 서비스를 구축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여행을 기록하면서 보상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MZ세대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상반기 신규 가입 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고, 이용자 1인당 업로드 영상 수도 같은 기간 63% 늘었다. 거래액 역시 폭증했다. 트립비토즈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한 달 살기·AI 여행 설계 눈길
여행지에서 ‘얼마나 머물 것인지’는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한 달까지 여행 기간마다 머물 곳, 가볼 곳은 크게 달라진다. 이에 고객 여행 기간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주목받는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여행객의 여행 일정에 딱 맞는 서비스를 추천하는 플랫폼이 인기다.
‘리브애니웨어’는 ‘일주일·보름·한 달 살기’에 특화된 풀옵션 숙소를 단기 임대해주는 플랫폼이다.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빌려 소비자에게 전대하는 형식이다. 소비자는 그 동네를 찾아갈 필요 없이 앱에서 간단하게 전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숙소 가격은 원룸이 100만원대, 독채는 20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현재 1만1000여채 국내외 숙소가 등록돼 있고, 앱 다운로드 건수는 누적 130만건이다. 지난해 거래액은 140억원으로 2021년 대비 4배 성장했다. 덕분에 지난 5월 50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아기 유니콘’에도 선정됐다.
여행 기간을 정했다면 여행 설계를 똑똑한 AI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최초로 AI 챗봇 챗GPT를 접목한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를 내놨다. 챗GPT를 연동, AI와의 대화를 통해 상세한 여행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맛집, 명소, 날씨, 여행지 추천 등 여행 관련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일례로 ‘일본 오사카 여행 3박 4일 일정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3박 4일에 걸친 오전, 오후, 저녁 일정과 동선에 맞춘 여행 계획을 제시해준다. 최저가 항공권 구매하는 법, 숨겨진 명소, 인기 여행 상품 등 추가 정보도 대화형으로 손쉽게 질문하고 답변받을 수 있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답이 아닌 개별 사용자 특성에 맞게 필요한 답변을 주고받는 것이 특징이다. 이뿐 아니다. 일본에서는 대형 식당 플랫폼과 제휴해 여행자들이 편리하게 일본 맛집을 예약하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명 ‘일본판 캐치테이블’ 서비스다.
또 다른 여행 스타트업 ‘마이로’는 AI 기반 여행 일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 기간과 숙소 등을 입력하면 이동 시간, 동선, 영업일, 식사 시간 등을 고려한 일정을 10초면 완성해 제공한다. 이런 편리함에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앱 다운로드 5만건, 누적 일정 생성 건수 14만건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토리시티’의 AI 기반 맞춤형 여행 설계 서비스인 ‘여다트립’도 눈길을 끈다. 여행 기간, 동행, 관심사, 선호 숙소 유형을 비롯한 8가지 질문에 답하면 1분 만에 고객 맞춤형 여행 일정을 제공한다. ‘여다트립’이 제작한 여행 일정을 이용자가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도 있다. 높은 고객 편의성에 지난해 8월에는 애플 앱스토어 ‘오늘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AI 기반이 아니어도 고객이 여행 일정을 수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신생 스타트업도 생겼다. 올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에디트래블’은 이름과 같이 ‘edit’ 편집하다, 수정하다의 의미를 담았다. 여행 일정을 여행객의 취향에 맞게끔 수정하는 패키지 상품이 특징이다. 강희원 에디트래블 대표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매출이 매달 150~200%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존 여행사와 다른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여행 관련 서비스 봇물
여행을 ‘구성’하는 여행 관련 스타트업은 꽤 다양하다.
숙박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으로는 우선 ‘온다’가 눈길을 끈다. 2016년 설립된 온다는 전국 4만여개에 달하는 숙박시설을 45개 이상 판매 채널에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B2B 판매 플랫폼 ‘온다 허브(ONDA HUB)’를 시작으로 솔루션을 확장해왔다. 온다 허브는 숙박 B2B 판매 플랫폼으로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다.
온다의 솔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다. 숙박 업체가 편리하게 실시간으로 예약을 관리할 수 있는 객실 관리 시스템(PMS)부터 온라인 판매 자동화, 수익 관리 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올해 7월 대만 시장에 진출했으며, 하반기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유럽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온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거래액은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오현석 온다 대표는 “온다는 국내 숙박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호텔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객실 판매 채널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도 B2B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최근 육경건 전 하나투어 대표를 영입해 B2B 사업을 총괄하는 사내 독립기업(CIC) 대표를 맡겼다. 전국 여행사, 대리점 등과 제휴해 법인 대상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여행사, 대리점 등 제휴사 450곳을 확보해 여행 컨설팅부터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까지 제공하는 ‘여행 전문가 연결 서비스’를 선보였다. 머지않아 기업 여행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해외 출장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사실 마이리얼트립은 2030세대가 전체 이용자의 70%에 달한다. 그동안 젊은 자유 여행자를 위한 현지 투어, 액티비티 상품으로 젊은 층 수요를 끌어왔다. 하지만 2030세대만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 고객뿐 아니라 중장년층 고객까지 확보하면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한동안 여행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올해 거래액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B2B 사업 등이 성과를 내면 올해 매출도 역대 최대치인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행은 ‘이동 수단’도 관건이다. 주목받는 여행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로이쿠’가 있다.
로이쿠는 전국 33개 도시에서 택시를 활용해 여행자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 택시 미터요금이 아닌 시간 정액 운임으로 여행자 일정에 동행하며 이동을 돕는다. 차량 기사 프로필, 후기, 차량 컨디션, 가격 등을 보고 직접 기사와 차량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용자의 이동 경로 데이터에 기반해 AI가 ‘맞춤형 여행 코스’를 추천하는 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코로나 팬데믹 종료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수요도 급증했다. 트래블월렛에서 출시한 ‘트래블페이’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외화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식 선불카드로, 코로나 이후 발급자 수와 거래액이 급증했다.
강점은 ‘수수료 면제’다. 트래블월렛은 모든 외화 결제에 대해 ‘0%’의 결제 수수료를 제공한다. 외환 환전과 결제를 위해 거쳐야 하는 기존 해외 결제 정산 구조를 효율화해 수수료 비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트래블페이는 2021년 출시 이후 올해 6월 기준 누적 발급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거래액도 2021년 94억원에서 지난해 21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6월까지 59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거래액의 2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유사한 서비스에 ‘치킨 게임’ 우려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는 건 여행 시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여행(OTA) 시장 규모는 4332억달러(약 580조원)에 이르며, 2026년 69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눈여겨본 여행 스타트업들이 저마다 사업 확장에 나서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행 스타트업뿐 아니라 기존 여행사와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트리플 등 대형 여행사마다 자본력을 앞세워 틀에 박힌 패키지 상품을 탈피, 차별화된 여행 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여행 스타트업들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스타트업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만 실상은 일반 여행사 서비스와 대동소이한 경우도 많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자본금,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치킨 게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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