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교사, 10차례 학교 상담…"금쪽이" "가스라이팅" 고충 토로
서이초 교사가 숨지기 전 학교 측과 10차례에 걸쳐 상담한 내용이 공개됐다. 숨진 교사는 “금쪽이”,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 “학부모가 개인 전화로 여러 번 연락해 소름 끼쳤다”는 말을 하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27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교사는 지난해 5월부터 숨지기 직전인 이달 초까지 10차례 학교의 선배 교사인 부장교사, 교감, 교장 등과 상담을 했다. 교무실이 개입한 상담 자료를 서울시교육청이 정리한 자료다.
지난달에는 “A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가 됐다”며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비쳐 말하기 힘들다”고 여려움을 토로하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쪽이는 학급에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달 들어서는 13일부터 숨진 18일까지 엿새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상담을 했다. 구체적 정황이 나오지는 않지만 숨진 교사는 “B학생과 B학생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 본인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부장교사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학생 B에 대해서는 숨진 교사가 지난 4월 14일에도 교감과 교장에게 상담을 했다. 당시 B학생은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 교감과 기초학력협력 강사가 운동장으로 쫓아가 데리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의 아버지가 학교로 와서 학생을 데리고 귀가했다.
지난 12일에 일어난 이른바 ‘연필 사건’ 때는 양쪽 학생의 부모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C학생이 D학생 가방을 연필로 두드리다가 실랑이가 벌어졌고, D 학생의 이마가 상처가 생겼다. D학생의 부모가 C학생과 부모를 만나 사과를 받고 싶다고 해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는 C학생과 그의 아버지, D학생과 그의 어머니, 생활부장교사 등이 함께 모였다. 생활부장교사의 보고에 따르면 만남은 원만히 해결됐다.
숨진 교사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으나 관련 학부모가 개인 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 놀랐고 소름 끼쳤다”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학교 측에서는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학교 측에서는 학생이 다친 것과 관련해서는 안전공제회 비용 청구를 안내하기도 했다. 또 숨진 교사의 학급에 보조교사인 학습지원 튜터를 주 3회 추가 지원해 주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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