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의 배신…기술 빼돌려 500억에 中 넘겼다

김민중 2023. 7. 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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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1일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시티 아산캠퍼스. 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협력업체가 수년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관리시스템(MES)을 빼돌려 500억원가량을 받고 중국 경쟁사 10여 곳에 넘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는 이달 초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시스템 개발 협력업체였던 중소기업 A사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전·현직 직원 3명 등 5명을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A사의 전직 대표는 수년 동안 70여 차례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관리시스템 내용을 빼돌린 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경쟁사 10여 곳에 팔아넘기고 500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사가 생산관리시스템을 통째로 이전하거나 일부만 변형해 넘겼다”고 밝혔다.

또한 A사의 전·현직 직원 3명은 2020년 말 LCD를 만들 때 필요한 최적의 온도와 압력 등의 정보가 담긴 이른바 ‘레시피’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빼돌려 중국 등에 넘기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해당 레시피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상태였다. 만일 레시피가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면 그 기업은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삼성디스플레이 수준의 LCD를 만들 수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접고 충남 아산시의 생산 설비 등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려던 중이었다. 이를 위해 매각 실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A사가 레시피를 삭제해줘야 하는데 도리어 빼돌린 뒤 삼성디스플레이 몰래 돈을 받고 중국 기업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이 레시피 유출 미수 사건을 시작으로 수사를 확대하다 생산관리시스템이 유출된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A사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10여곳의 생산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할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신뢰를 받은 업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2020년 말 LCD 사업을 중단하려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LCD 수요가 확대되자 관련 사업을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6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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