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의 배신…기술 빼돌려 500억에 中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협력업체가 수년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관리시스템(MES)을 빼돌려 500억원가량을 받고 중국 경쟁사 10여 곳에 넘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는 이달 초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시스템 개발 협력업체였던 중소기업 A사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전·현직 직원 3명 등 5명을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A사의 전직 대표는 수년 동안 70여 차례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관리시스템 내용을 빼돌린 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경쟁사 10여 곳에 팔아넘기고 500억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사가 생산관리시스템을 통째로 이전하거나 일부만 변형해 넘겼다”고 밝혔다.
또한 A사의 전·현직 직원 3명은 2020년 말 LCD를 만들 때 필요한 최적의 온도와 압력 등의 정보가 담긴 이른바 ‘레시피’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빼돌려 중국 등에 넘기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다. 해당 레시피는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상태였다. 만일 레시피가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면 그 기업은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삼성디스플레이 수준의 LCD를 만들 수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접고 충남 아산시의 생산 설비 등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려던 중이었다. 이를 위해 매각 실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A사가 레시피를 삭제해줘야 하는데 도리어 빼돌린 뒤 삼성디스플레이 몰래 돈을 받고 중국 기업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이 레시피 유출 미수 사건을 시작으로 수사를 확대하다 생산관리시스템이 유출된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A사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10여곳의 생산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유지·보수를 담당할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의 신뢰를 받은 업체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2020년 말 LCD 사업을 중단하려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LCD 수요가 확대되자 관련 사업을 이어갔다. 결국 지난해 6월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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