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번식장부터 도살장까지… 독자 뒤흔드는 르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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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 개시장, 보호소, 도살장 등 책이 보여주는 개들의 현장은 충격적이다.
"삼양 케이지(번식장에서 쓰는 철창)는 개들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곳이야. 번식장에서 일어나는 다른 학대를 차치하더라도 서 있는 자체가 고통이야." "한 상자에 7만원에서 10만원. 경매장에서 폐견을 박스 채로 사가는 사람이 누구냐? 개장수지. 데려가면 곧바로 죽이고 작업해서 개소줏집이나 개고깃집에 납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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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지음
잠비, 368쪽, 1만9800원
개농장, 개시장, 보호소, 도살장 등 책이 보여주는 개들의 현장은 충격적이다. “삼양 케이지(번식장에서 쓰는 철창)는 개들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곳이야. 번식장에서 일어나는 다른 학대를 차치하더라도 서 있는 자체가 고통이야.” “한 상자에 7만원에서 10만원. 경매장에서 폐견을 박스 채로 사가는 사람이 누구냐? 개장수지. 데려가면 곧바로 죽이고 작업해서 개소줏집이나 개고깃집에 납품해.”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실상이다. 저자는 여기에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분투를 맞세운다. “불량품 취급받으면서 버려진 많은 개의 뒤처리를 누가 할까요?… 더 사랑하는 사람, 더 마음 아픈 사람이 하죠… 나라에서 제대로 된 동물보호법을 만들지 않아서 생기는 일을 개인이 독박 쓰고 감당하는 거예요.”
개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동물권 논의로 이어진다. “완벽한 실천주의자가 아니면 어떤 동물의 고통도 말할 자격이 없을까?… 어차피 마찬가지니 이것도 저것도 신경 쓰지 말자고, 불편한 이야기 따위는 집어치우고 살던 대로 살자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좋은 논픽션이란 이런 것이라고 제시하는 듯한 책이다. 저자는 기자처럼 현장을 관찰하고, 소설가의 문체로 이야기를 전하며, 학자적 태도로 정교하게 논리를 전개한다. 이 책은 읽는 사람을 뒤흔들어 놓는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닦아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마음이 뭔가 불편해질 것이다. 소설가이자 논픽션 작가인 하재영은 “우리의 연민을 확장하는 인식의 전환을 어딘가에서 시작하기 위해” 개에 관해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번식장, ‘세상의 어떤 개도 팔 수 있다’는 경매장, ‘버려진 개의 마지막 정거장’ 공설 보호소, ‘무기수가 된 개의 감옥’ 사설 보호소,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냄새가 나는 곳”인 개농장, 손님이 지목하면 곧바로 끌려 나와 입이나 항문에 전기봉이 쑤셔 넣어질 개들이 늘어선 개시장 등을 돌아보며 한국에서 개들이 얼마나 참혹한 생애를 보내는지 알려준다. 그러면서 한 해 10만 마리 이상이 버려지는 유기견 실태, 동물보호법의 한계, 개고기 합법화 논란, 종차별주의와 동물권 담론 등을 짚는다.
이 책은 2018년에 출간된 책을 그 후의 제도적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새로 쓴 전면개정판이다. 학대받는 동물들에 대한 연민을 낮잡아 보면서 “어쩌라고? 그것은 동물들이잖아”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동물을 생각하는 일은 약자를,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다”라고, 거기서 인간다움의 확장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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