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이즈 부산"…폐허였던 곳, 발전한 모습에 참전용사 깜짝
“디스 이즈 부산.”
27일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 초청으로 방한한 영국 참전용사 리차드 카터(92)가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진을 보여주며 한 말이다. 사진에는 전쟁으로 폐허로 변한 부산 모습이 담겨 있었다. 허허벌판에 들어선 판자촌에 피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폐허였던 부산 발전에 깜짝 놀라
제28왕립공병연대 소속 육군 소위였던 카터는 22세 때 한국에 왔다. 일본에서 작은 배를 타고 왔는데, 처음 발을 디딘 곳이 부산이었다.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인근 주둔지로 이동하기 전, 부산 곳곳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당시 부산 등 한국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한국 화폐를 기증하려고 가져왔다”고 했다.
카터는 이어 “1954년 10월 한국을 떠난 뒤 (이번에) 처음 방문했다”며 “(폐허였던 이곳이) 이렇게 발전한 게 놀라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발전한 것은 다른 나라도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카터를 포함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엔군 참전용사 4명은 모두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놀라워했다. 1951년 8월 18살 나이로 미국 해병대1사단 소속 병장으로 참전했던 도널드 레이드(91)는 “당시 한국 땅이 황폐해져 미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런데 (전후) 70년간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1953년 3월 왕립호주연대 제2대대 소속 상병으로 참전한 로널드 워커(89)는 “전 국민이 하나가 돼 한국 재건에 참여한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유엔군 묘지에 있는 병사들을 항상 기억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 다시 찾을 기회 줘 감사"
참전용사 60여명은 이날 오전 한국전쟁 희생자 2300여명의 유해를 모신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했다. 윌리엄 로버트슨(92ㆍ캐나다)은 전우 묘비에 캐나다 보훈 상징인 ‘포피(Poppy)’ 모양의 배지를 올려뒀다. '쓰러진 병사'라는 꽃말을 가진, 이 포피는 캐나다 로버트슨 고향마을에 사는 10살 소년 키오가 만들었다고 했다. 로버트슨은 “전우들 묘에 포피를 올려줬다”며 “아름다운 의식(세레모니)이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로버트슨은 1952년 12월 대구와 경기 김포를 거쳐 압록강 근처에 주둔하다 1954년 10월 귀국했다.
참전 용사들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속에서도 제복을 입은 채 유엔공원 곳곳을 둘러봤다. 고령이어서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경례할 때는 몸을 꼿꼿이 세웠다. 미국 참전용사 존 트라스크는 비석 한곳 한곳마다 거수경례를 했다. 그는 “직접 알거나 기억하는 참전용사는 없었지만, 잠들어 있는 모든 전우를 기리고 싶었다”며 “전쟁에 참여한 호주 ·필리핀 등 모든 국가가 당시 하나였다”고 말했다.
부산서 정전 70주년 기념식
보훈부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참전용사 등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을 연다. 영화의 전당은 1950년 7월 1일 한국전쟁에 처음 파병된 미군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를 태운 C54 수송기가 착륙한 옛 수영비행장 터에 지었다.
기념식은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 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프닝 공연 ‘그날의 기억’에선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명령에 따라 540명 규모로 편성된 스미스 특임부대가 C-54 수송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 모습과 이들이 처음 바라본 부산 전경 등이 구현된 영상이 상영된다.
예정에 없던 일정도 있었다. 참전용사들은 부산이 2030 부산엑스포 개최 후보지라는 말을 듣고 감개무량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부산항에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박 장관은 “70년 전 참전용사들이 첫발을 디딘 곳이 부산항이 엑스포 개최 후보지가 된 것은 참전용사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국에 돌아가셔도 엑스포 개최지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부산=안대훈·위성욱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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