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 죽어야 교사 인권 인식, 자조가 현실로” 2030 교사들 눈물

이예솔 2023. 7. 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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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더 이상 동료 교사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와 국회에 실질적인 교육 활동 보호 대책 마련과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고 나선 교사들의 외침이다. 2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낮 기온 33도 무더위 속에서 국회 앞에 모인 검은 옷차림의 교사들은 절절한 현장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사망한 초임 교사를 추모하며 묵념했다.

첫 번째 발언에 나선 고미소 광주 월곡초 교사 겸 교총 부회장은 학생과 교사를 꽃과 관리인으로, 악성 민원을 격투기 경기장으로 비유했다. 고 부회장은 “올해는 어떤 새싹을 꽃 피울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화단에 들어선 관리인은 의지와 상관 없이 링 위로 불려 나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애초 겨룰 생각이 없었는데 격투기는 시작된다. 관리인은 꽃밭에 출근할 수 없어진다”며 “링 위에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글러브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보호 장구를 착용할 수 있게 해주고, 링 위에 설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승모 경북 칠곡군 북삼고 교사는 “교사 몇 명은 죽어야 교사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알 거란 자조적인 말이 현실이 됐다”며 “교사들은 스승과 소명이라는 죄의식의 무게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소비시킨 채 견뎌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학교에 따라 붕괴의 정도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교실과 교권의 무너짐이었다”며 “이런 참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교권 보호법과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양 교사는 마지막으로 “추모와 함께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달라”며 ‘제발’을 읊조리면서 간절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례도 소개됐다. 문나연 경기교총 교권 전문 변호사는 “한 학부모가 본인의 자녀가 유치원을 다닌 뒤 원산폭격 자세로 머리를 박는다고 주장했다”며 “폐쇄회로(CC)TV 열람, 아동심리상담 등을 통해 2개월 동안 선생님의 비위 사실을 조사했지만, 어떤 증거도 안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자 그 학부모는 다른 학부모들까지 동원해 ‘손등을 두 대 때렸다’, ‘(원아를) 강당에 홀로 두고 왔다’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3개월쯤 뒤 그 선생님은 저와 법률 상담을 하고 일주일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그 선생님도 세 아이가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미취학 자녀 셋을 두고 극단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법과 제도로 교원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야기하던 중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발언을 한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서울시 교육청 악성 민원 매뉴얼을 손에 들어 보였다. 김 본부장은 “이게 학교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지 확인했다. 본 적조차 없다는 응답이 약 40%, 도움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37%였다”고 소리쳤다. 이어 “교육청에서 만든 매뉴얼은 현장 교사들은 알지도 못하는 교육청을 위한 매뉴얼”이라며 “악성 민원에 대한 전국적 실태 조사와 근절법을 즉각 만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총은 전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교원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온라인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지난 25~26일 이틀간 전국 유·초·중·고 교원 등 3만2951명이 참여했다.

이에 따르면 교사 대부분인 99.8%는 ‘정당한 교육 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에 동의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주 대상은 학부모가 66.1%로 가장 많았다. 학생은 25.3%로 뒤를 이었다. 자신을 감정노동자로 인식하는 교사도 99%(매우 동의 94%, 동의 5%)였다.

이를 토대로 교총 청년위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응당한 책임을 묻는 법·제도 마련 △중대한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가해 학생-피해 교사 즉시 분리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 처리 △수업 방해, 교권침해 등에 대응해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제재, 조치 방법을 장관 고시로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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