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민배우' 남궁민이 긴 무명시절 버텨낸 비결
[이준목 기자]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 tvN |
꿈은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현실이 된다. 7월 26일 방송된 tvN 토크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204회에서는 '해결사' 특집으로 과학 콘텐츠 발명가 이정태와 오은석, 국어교육과 조병영 교수, 배우 남궁민이 출연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는 상상력과 도전정신으로 믿고 보는 해결사로 거듭난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G블은 2017년 포항공대생들이 모여 '쓸모없는 발명품'만 만드는 과학-공학 콘텐츠 제작소로 출발하여, 과학을 좋아하는 괴짜들이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발명소로 자리잡았다. 이정태 대표는 "과학-공학이 따분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재미있게 즐기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등교침대, 오줌싸는 로봇 강아지, 우주에 다녀온 치킨, 고층 배달용 도르래 등은 이들이 만들어낸 기상천외한 발명품들이다. 유재석과 조세호도 손 안 대고 과자 먹여주는 플라잉볼, 절대 넘어지지 않은 의자와, 머리 감겨주는 기계 등 기발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태와 오은석은 수많은 발명품을 제작하고도 굳이 특허권을 신청하지 않고 오히려 설계도를 '오픈 소스'로 일반에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이유에 대하여 "과학-공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해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쓸모없는 제품만 만든 것은 결코 아니다. 루게릭병 환자의 소통을 위하여 눈으로 커서를 조작해 전송이 가능한 '아이 트래킹'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정태는 "구독자들과 협업을 통하여 과학-공학적으로 서로 돕고 소통하는 것이 G블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메이킹 문화"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은석은 "쓸모있는 것과 없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소변 보는 로봇? 물이 부족한 지역에 가면 물을 줄 수 있는 생존구조 로봇으로 활용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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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힘,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연구하는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최근 들어 디지털 세대의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하거나, '중식'을 중국음식으로, 사흘(3일)과 4일을 구분하지 못한다거나, '심심한 사과'를 '지루하다'는 의미로 착각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문해력 수준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지나친 줄임말-신조어의 남발 등은 세대간 소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조 교수는 "언어 사용은 에티켓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교감이다. 섬세한 언어를 썼을 때 더 정확한 표현과 원할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라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는 영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영상의 시대'로 꼽힌다. 긴 글을 읽거나 책 한 권을 소화하고 글을 써오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 교수는 "언어는 자기 성장의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글을 읽고 감정을 표현해보는 것은 상대방과 나, 세상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정보에 무작위로 노출된다. 문해력이 있어야만 나에게 바람직한 정보를 찾아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설명했다. '이 정보 뒤에 누가 있는가?(저자의 의도)', '주장에 합당한 근거가 있는가?', '비슷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타당성을 점검할 수 있는가?' 등이다. 최근 보고 싶은 것만 보게 유도하는 '알고리즘'이 디지털 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사람들이 '확증편향'에 빠질 위험이 높아졌다. 이를 두고 조 교수는 "내 구미에 맞는 것만 계속 읽으면 나는 항상 옳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재석은 종이신문을 꾸준히 읽는 이유에 대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면 내 관심사만 알게 되지만, 종이신문을 보면 몰랐거나 관심없는 부분도 알게 된다"고 장점을 설명했고, 조 교수도 "좋은 습관이고 태도"라고 칭찬했다. 또한 조 교수는 SNS의 댓글문화와 악플에서 '허수바이의 오류(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믿고 공격할 대상을 만드는 것)'를 인용하여 글의 내용이나 취지와 무관하게 몇몇 표현이나 단어에 매몰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비판과 비난의 차이에 대하여 "비난은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고, 비판은 현상을 이해한 뒤 개선점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비난이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비판은 분명한 근거와 설득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면서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대상에 대한 고려'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조 교수는 "비판적 문해력의 시작은 상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 넘쳐나는 악플들은 저마다 그럴듯한 문자와 단어, 문장으로 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멋대로 해석하고 나름의 논리에만 치우쳐 저차원적인 문해력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조 교수는 "많은 악플들은 인간적이고 맥락적이고 공감하는 문해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아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떻게 글을 읽고 쓰는가 성찰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해력이 된다"고 당부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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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김과장> <검은 태양> <천원짜리 변호사> 등의 히트작을 통하여 '믿고 보는 궁민배우'로 자리매김한 남궁민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남궁민은 최근 7년 연애 끝에 모델 진아름과의 결혼이라는 경사에 이어, 신작 <연인>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남궁민은 "열심히 연기하고 있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남궁민은 오랜만의 사극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하여 2013년 조연으로 출연했던 <구암 허준>을 언급했다. 당시 자신의 미진한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던 남궁민은 적응할 만하니까 작품이 끝났다며 "언젠가는 사극을 다시 해보고 말겠다"고 다짐했고, 조선 병자호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인>을 통해 10년 만에 꿈을 이루게 됐다.
유독 신인 작가나 배우들과 자주 호흡하는 이유에 대하여 남궁민은 "최근에 봤던 작품 중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에 유독 신인 감독들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프로야구 단장의 이야기를 다룬 화제작 <스토브리그>도 대본을 읽자마자 흠뻑 빠져서 제작진을 만났더니 신인 작가와 감독이었다고. 남궁민이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스토브리그>는 시나리오가 집필된 지 5년 만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남궁민은 "무조건 대본을 보고 첫 번째 읽었을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으면, 의심하지 않고 최대한의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남다른 작품 선구안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고백했다.
신인 시절의 풋풋한 남궁민은 어땠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이 넘쳤던 남궁민은 거친 단어가 난무하던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기를 못한다고 지적받거나, 혹은 본인의 잘못과 무관한 상황에서 억울하게 욕을 먹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남궁민은 "제가 부족한 걸 알고 열정이 넘치다보니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도 연기가 부족한 후배들을 보면 과거 제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저한테 다정하게 해주셨던 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라고 회상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기계공학과를 다니던 남궁민은, 다소 늦은 나이에 공채 탤런트 시험에 응시하여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기를 바랐던 어머니조차도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아들이 배우로서 성공할 것을 전혀 믿지 않았을 정도라고. 하지만 추억삼아 도전했던 시험에서 떨어지고 돌아오면서, 정작 남궁민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처음으로 찾았다. 정말 신세계였다"면서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꿈을 발견했다는 게 오히려 진심으로 기뻤다고 한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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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브 주연급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초창기에는 시력 때문에 안경을 착용하던 것을 벗으면서 숨겨진 외모가 더 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멤버>에서 빌런인 '남규만' 캐릭터를 연기한 남궁민은 극중 비중으로는 5번째 정도의 조연으로 내려간 배역이었기에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고. 하지만 탈안경과 함께 이전에 없었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악역 연기로 '남궁민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듣게 된다.
노력파로 알려진 남궁민은 항상 대본이 새카맣게 될 때까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궁민은 "연습을 안 하고 잘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이야기하며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공연했던 윤여정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화를 내는 연기에 평소와 달리 대사 실수를 한 남궁민에게 윤여정은 쿨하게 "너 대사를 많이 안 외워 와서 그래"라고 한마디를 남기고 가버렸다고. 이에 자극받은 남궁민은 죽기살기로 준비했고 다음 촬영 때는 완벽한 대사 소화력을 선보인 뒤 윤여정에게 "그래, 연기 이렇게 해야지"라는 칭찬을 들은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남궁민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는 단연 <스토브리그>의 백승수를 꼽았다.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안다"는 백승수의 명대사와 함께, 구단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으며 "백승수 단장으로 살아왔던 날들이 느껴지는데, 그때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져서 대본에 없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회상했다.
<김과장>의 이준호, <스토브리그>의 박은빈, <검은태양>과 <천원짜리 변호사>의 김지은 등, 남궁민과 공연했던 배우들이 이후로 주연급 스타로 성장하기도 했다. 남궁민은 연기로 인연을 맺은 후배들과 모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남궁민은 최근의 고민으로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게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궁민은 "단역, 조연, 주연으로 차근차근 올라오는 게 진짜 힘든 일인데 그것을 해냈다는 말을 해주셔서 '아, 그렇구나. 고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하면서 "20대 때는 스스로에게 한 번도 잘했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대상 타고 집에 들어왔을 때 오늘 하루 정도는 잘했을 거야 라고 스스로를 격려했다"고 처음 <스토브리그>로 연기대상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으로 남궁민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연기를 시작하고 잘하지도 못했던 네가, 지금은 한 작품을 책임지고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버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하며 "앞으로도 계속 버티면 더 잘할 수밖에 없을 거야. 믿자, 자존감을 갖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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