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글 내려라" 분위기 확 바꾼 MZ 교사들, 전면 나섰다
서울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요구하는 20·30세대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집결한 젊은 교사들이 오프라인 집회까지 주도하는 가운데, 교육당국도 젊은 교사 의견 듣기에 나섰다.
27일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저경력 교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임용된 지 3년이 채 안된 저경력 교사 11명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났다. 조 교육감은 “(저경력 교사들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교사로 임용돼 교실을 운영하며 겪었을 고충이 남달랐을 것이라, 이들의 어려움을 먼저 경청하고자 했다”며 “오늘 간담회를 시작으로 연차별, 지역별, 급별 선생님들의 고충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가 끝난 뒤 조 교육감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려고 해도 고소·고발당할까 봐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없다는 절절한 얘기를 들었다”며 “정말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저연차 교사 뿐 아니라 경력이 있는 교사도 교권이 무너지고 있고,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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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단체서도 'MZ 교사' 전면에
과거 교장·교감급 관리직이나 간부 중심으로 움직이던 교원단체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날 오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20·30대 등 ‘MZ세대’ 교사 50여명은 국회 앞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원들의 하루하루는 ‘러시안 룰렛 게임’과 같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년 차 교사 이나연씨는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만 해도 행복했지만 교사로서 보낸 첫해엔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도 아동학대로 트집 잡힐 수 있으니 최소화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교육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무기력감과 좌절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중학교 교사 신모(28)씨는 “수행평가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을 감점 처리 했는데, 학생이 앙심을 품고 성추행으로 신고해 2년 가까이 소송한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고발이 되자 학교도 교육청도 보호해주지 않고 바로 직위해제됐다. 더는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는 마음에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초등 교사 박모(29)씨는 “아동학대법으로 신고가 되면 바로 직위해제가 된다. 내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기자회견장에) 찾아왔다”며 “정부가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한다고 하는데, 아동학대법에 대한 논의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교총은 지난 25~26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9.0%가 본인이 ‘감정노동자’라고 답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상을 묻는 문항에는 66.1%가 ‘학부모’라고 답했다. MZ 교사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에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집결…29일 대규모 추모집회 예고
2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가 아닌 인디스쿨 운영진과 이곳에서 활동하는 교사를 추천받아 만나기도 했다.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또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을 분리하는 조치도 요구했다.
과거 교원단체가 주도하는 집회는 정치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MZ 교사들은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면서 교권 이슈에만 집중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정치글, 노조 관련 글은 올리지 말라”고 공지하고, 관련 발언이 나오면 주의를 주거나 관리자가 삭제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도 특정 교원단체가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해 열렸다. 교사들은 29일에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에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정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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