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판 '짝퉁 리퍼'도 공개…2년전 계획, 허언 아니었다
북한이 정찰뿐 아니라 타격 수단까지 갖춘 무인기를 신무기 목록에 새로 추가했다. 2년 전 제시한 군사력 강화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서 대남·대미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무장장비전시회-2023'를 둘러봤다고 보도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중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18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 등 기존 무기체계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함께 전시된 두 종류의 신형 무인기에 더 주목했다. 북한이 군사용 중·대형 무인기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 무인기 앞에 설치된 설명판 사진에는 비행 장면도 담겼다. 시험 비행이 이미 이뤄졌다는 의미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들 기체는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를 각각 본뜬 모습이다. 글로벌호크를 닮은 무인기는 한국이 미국에서 4대를 들여와 운용 중인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처럼 동체 하부에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 수집 장치가 탑재된 걸로 보인다. SAR는 전자파를 활용하는 영상 수집 방식으로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정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해당 기체에는 ‘조선인민군 공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있는데, 한국 글로벌호크에 새겨진 ‘대한민국 공군’ 글자와 매우 유사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우리 군의 글로벌호크와 유사한 외형으로 피아식별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를 이용해 북한이 앞으로 기만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판 리퍼’로 보이는 무인기는 미군이 운용하는 리퍼급 중고도 무인기의 무장까지 그대로 베낀 것으로 추정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날개 아래에 활공형 유도폭탄으로 보이는 무기체계가 포착됐다”며 “최대 6발이 탑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활공형 유도폭탄은 폭탄의 접이식 날개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요인 암살 등 이동하는 핵심 표적을 처리할 때 사용된다. 해당 기체의 날개에는 리퍼의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유사한 무기체계도 달렸다.
동체 앞쪽 하부에 전자광학(EO) 장비 및 레이저 표적지시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장착돼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고성능 전술형 중고도 무인기를 확보해 감시정찰 능력은 물론, 정밀타격 능력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밖에 동체 가운데 상부에 설치된 가시선(LOS)·위성통신 장비로 보이는 장치는 통신 두절을 대비한 대비 수단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해당 무인기를 공개하면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사진도 설명판에 실었다. 이 때문에 무장의 실사격 등 실전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의 무인기 개발은 2021년 1월 열린 제8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 때 '국방과학 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 하나로 제시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극초음속 미사일, 고체연료 ICBM, 군사 정찰위성 등과 함께 ‘500㎞ 전방 종심까지 가능한 무인정찰기’ 개발을 전략적 과업으로 언급했다.
지난 6월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찍은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 활주로 위성사진에선 실제 무인기 개발 정황이 드러났다. 날개폭 약 20m 및 35m 크기의 무인기가 포착되면서 개발을 공언한 지 불과 2년 만에 상당한 수준의 기술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앞에서 첫 무인기 공개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무인기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기술 교류의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류 위원은 “유엔 대북 제재에도 북한은 이 같은 교류로 현대적인 군사기술을 꾸준히 획득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매체는 이번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의 만남을 놓고 “지역 및 국제안보 환경에 대처해 국방안전 분야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과 협조를 더욱 심화발전시키는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들 무인기를 포함한 북한산 무기체계를 판매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과 도발 가능성에 대해 지속해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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