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화성-18형 입네다"…美 보란듯 쇼이구에 무기 가이드

정영교, 김한솔 2023. 7. 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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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방북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등 집중 개발 중인 전략무기를 직접 소개했다. 자신들이 '전승절'이라 주장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한·미·일 연대에 대응하는 북·중·러 3각 연대 강화에 나선 분위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방북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군사대표단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장'을 방문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러 ICBM 연대


북한은 27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이 쇼이구 러 국방장관을 전승절 기념 '무장장비전시회-2023'에 데려가 신무기를 직접 설명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을 상징하는 행보를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방북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군사대표단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장'을 찾아 자신들의 무기전투기술기재들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날 영상과 사진에서 공개된 신무기에는 ICBM인 화성-17·18형을 포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발사체'가 상당수 포함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국방장관 앞에서 안보리 위반의 결과물을 버젓이 자랑한 셈이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러가 대립하는 구도에서는 향후 고강도 도발을 하더라도 안보리를 통한 추가 제재는 어려울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북·러 간 무기거래 의혹도


쇼이구 국방장관은 전시회 관람에 앞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김정은을 접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 매체들은 "국방 안전 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이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방북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겮는 모습. 통일부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을 단독으로 접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 뉴스1

'국방 안전 분야의 호상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무기 거래, 한·미·일의 밀착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김정은이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방문한 무기 전시회는 북한이 내부적으로도 준비 상황을 전혀 알리지 않았던 행사다. 그러다 이날 러시아 대표단이 방문하면서 대내외에 전격 공개됐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 대표단의 일정(25~27일)을 고려해 전시회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열병식이 27일 야간에 진행된다면 러시아 대표단은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자신보다 격이 낮은 외국 국방장관을 안내하며 무기를 소개한 자체가 '무기 세일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통일부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을 단독으로 접견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안보리 대북제재의 핵심을 위반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봉쇄 조치에 함께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군 세계 최강" 러시아 화답


북한 국방성은 이날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도 열었다. 강순남 국방상은 이날 "반제투쟁의 한 전호(참호)에서 협조와 연대를 더욱 긴밀히 해 나갈 우리 군대의 입장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지지와 연대를 재차 강조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6일 북한 국방성이 주최한 환영연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에 쇼이구는 "북한군은 외부세력의 위협을 믿음직하게 막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북한군은) 세계에서 제일 강한 군대"라고 치켜세웠다. 양측은 전날 국방장관 회담도 개최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긴 진영 간 대결을 호기로 보고 러시아와 밀착해 외교적 공간을 만들려는 모습"이라며 "한반도에서 신냉전 구도를 강화해 이른바 '반미블럭'을 형성하고, 제재까지 돌파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서 모인 북·중·러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을 단장으로 한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도 이날 평양에 도착해 일정에 돌입했다. 북한 매체들은 만수대의사당에서 환영 연회를 진행했다고 전하면서 "열렬히 환영", "따뜻하고 친선적인 분위기" 등으로 표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과 함께 27일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0시에 열린 정전협정체결 70주년 기념 '경축대공연' 관람에 앞서 중국 대표단을 접견했고, 리훙중 부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전승을 안아오기 위해 중국 인민지원군 용사들이 흘린 고귀한 피와 숭고한 정신과 넋을 우리 인민은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혈맹'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공연을 관람할 때도 왼쪽엔 쇼이구, 오른쪽엔 리훙중이 앉아 그 자체로 북·중·러 3국의 밀착을 보여줬다. 이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 창설, 미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입항 등 거세지는 압박에 실질적 대응 수단이 없는 가운데 세 결집이 필요한 김정은의 절박함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북·중·러 밀착을 통해 전략자산 전개로 비핵화를 압박하는 한·미·일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며 "미국이 자신들의 핵 군축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중·러와 협력을 강화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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