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단독 인터뷰] ③ "바이에른에서 목표가 어딨어요? 일단 뛰고 봐야죠" 최강팀에 온 김민재의 각오 (끝)

김정용 기자 2023. 7. 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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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뮌헨(독일)] 김정용 기자= 몇달 뒤, 혹은 몇 년 뒤를 내다보고 나아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민재는 눈앞만 본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모여 있는 바이에른뮌헨에 온 이상 매 걸음이 도전이다.


22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민재와 나눈 대화는 새 팀에서 경쟁하는 각오로 넘어갔다. 김민재는 독일 프로축구 역사상 이적료 3위, 아시아 축구 역사상 1위인 몸값 5,000만 유로(약 709억 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존 센터백 듀오 마테이스 더리흐트(6,700만 유로)와 다요 우파메카노(4,250만 유로)도 비슷한 몸값인데다 건강한 채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김민재가 무혈입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외부에서는 곧 주전 자리를 꿰찰 거라 전망하지만, 스스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운 김민재는 그 어떤 장담도 하지 못했다.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눈앞의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김민재의 엄격한 자기평가는 곧 효과적인 동기부여 수단이기도 했다.


바이에른은 우승하는 못하는 게 어색한 팀입니다. 전북 이후로 이런 팀에 소속되는 건 두 번째인데요. 그래서 이번 시즌 목표를 뭐라고 밝혔었죠?


- 우승 2개 이상이라고 했죠. 리그에 더해서 컵 아니면 챔피언스리그.


이렇게 우승이 당연한 팀의 분위기는 특별한가요?


-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우승이 익숙한 팀은 동기부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기 쉬운데, 저는 '못하면 큰일 난다'가 '꼭 해야지'보다 더 큰 동기부여인 것 같아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무서운 사람이라서. 당연히 성공하는 팀에서 해내지 못하는 게 더 문제죠.


바이에른에서는 '잘해야 본전'이군요.


- 그렇죠. 무조건 잘 해야 돼요. 아마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거 참, 언론들은 다들 주전이라고 분석하는데 본인은 또 가정하시네요.


- 저는 항상 그것부터 생각한다니까요. 뛰지도 않았는데 뛸 것처럼 말할 순 없잖아요.


토마스 투헬 감독은 구자철, 박주호 선수가 겪어봤습니다. 박주호 선수는 유독 친분이 두텁잖아요. 조언은 없었나요?


- 이적 과정에서 어느 팀으로 가면 좋을지 물어봤어요. 근데 형들이 다 제 생각과 똑같이 '감독이 원하는 팀으로 가라'고 말했어요. 물론 감독들이 접촉해 와서 비디오 미팅을 하고 그런 일이 있죠. 그 중에는 말 그대로 접촉만 하고 이적 이야기는 안할 때도 많기 때문에, 말의 내용이 아니라 날 원한다는 느낌만 전달받곤 해요. 비디오를 녹화해서 지인에게 공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종 선택은 온전히 스스로 해야죠.


말씀대로 감독들이 접촉해 온 건 아무도 모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주제 무리뉴 현 AS로마 감독 같은 경우에는 김민재와 영상통화를 여러 번 했는데 토트넘홋스퍼가 안 사줬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 재밌죠.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해주는 게 선수로서는 좋은 일이죠. 물론 저보다는 토트넘 구단에 대해 말하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 어떤 맥락이든 언급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죠.


다시 형들 이야기로 돌아가면, 형들이 투헬 감독에 대해 조언해준 건 없었나요?


- 해줬죠. 사람으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좋다고, 또 어떤 스타일인지도 이야기는 했어요. 전 주호 형에게 워낙 많이 물어보니까.


박주호 선수는 분데스리가 해설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선배도 아니고 친한 선배라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주호 형이 절 마냥 좋게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실수를 하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고. 칭찬하면 감싸주는 것처럼 들릴까봐 오히려 부담될 것 같아요. 근데 알아서 잘 하시겠죠. 말도 잘 하시고. 예능도 잘 하시니까.


어쩌다보니 예전에는 독일 서부에 선수가 몰려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체로 남부에 모여 있습니다. 해외 진출 후 한국 선수와 가까이에서 뛴 적이 없었어요. 첫 코리안 더비도 1년에 4번 할 수 있고요.


- 시즌 중 여유가 있으면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코리안 더비는 뛴다는 가정을 해야 가능하겠죠. 모두 주전으로 뛰어서 4번 다 만나면 좋겠어요. 단, 저희 팀이 이겨야겠지만.


분데스리가에서 만날 공격수들에 대해서 조사해본 적은 있나요?


- 저는 시즌 전에는 물론 경기 준비할 때도 공격수 분석은 안 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선수 특성에 집착하면 집중력이 깨지거든요. 훈련에서도 오시멘에게 너무 집착하면 집중이 힘들더라고요. 또한 공격수들에게는 하이라이트에 드러나지 않는 특징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헷갈릴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서 나폴리 시절에는 경기 직전에 라흐마니(동료 센터백)에게 '쟤 어때?'라고 물어보기만 하고, 그 뒤는 자신에게 맡겨요. 상대 스트라이커와 오른쪽 윙어의 특성 정도만 간단하게 알고 들어가요. 최소한의 특성은 알아야 하죠. 예를 들어 그 선수가 아주 빠른데 제가 속도로 이기려고 들면 안 되니까, 이 정도만.


아직 바이에른 동료들과 훈련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느낀 점이 있나요?


- 뭘 느끼기에는 볼 돌리기 정도만 해서요. 선수들이 100%를 쏟아내는 운동이 아니었고, 게다가 저는 조커만 했거든요. 부딪칠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볼 차는 걸 딱 보면 선수들이 다 능력이 있죠.


보통 나간 선수 자리를 그대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라커룸 자리를 비롯해서요.


- 뤼카 에르난데스가 쓰던 주차 자리는 제가 받았어요. 그런데 팀내 입지는 물려받을 수 없었던 게 에르난데스가 지난 시즌 부상이 많았어요. 주전은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였고요. 뤼카의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하기가 뭣하죠. 작년 나폴리는 주전 센터백이 나가고 제가 들어간 거였잖아요. 이번엔 '찐경쟁'이죠.


김민재(나폴리). 김정용 기자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김정용 기자
김민재(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상대 선수는 분석 안 한다면, 내 동료는 분석하나요?


- 아뇨. 왜냐면 자신감 떨어질 것 같아서…. 하이라이트는 봤어요. 저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더리흐트 데뷔했을 때 국내 기사에서는 '네덜란드의 김민재'라고 종종 이야기했어요. 근데 몇 년 지나고 나니까 별로 안 비슷하네요.


- 스타일은 비슷한 면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우파메카노와 조금은 비슷하죠. 그래도 다른 점이 더 많고.


더리흐트는 다른 것보다 체형 등 생긴 게 김민재 선수와 비슷해서….


- 어허, 실제로 보니까 잘생겼던데 그런 말씀을? 덩치도 저보다 좋고요. 체형이야 저도 전북 있을 때는 90kg씩 나가고 그랬으니까 그런 말씀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얼마 안 겪어봤지만 뮌헨이라는 도시의 인상이 좋으신 것 같아요. 저한테 계속 좋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요.


- 도시가 깨끗하고, 조용하고, 살기 좋아 보이잖아요. 아이 키우기에도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한인마트도 한식당도 있고요. 나폴리에는 거의 없었다고요?


- 없었죠. 여긴 엄청 많아요. 지도 앱에 '코리안 레스토랑'이라고 치면 엄청 나오더라고요.


뮌헨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던 관광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강인 선수 보러 마요르카에 엄청나게 갔던 걸 생각하면 뮌헨도 곧?


- 많이 와주시면 좋죠. 그런데… 강인이랑 저는 다르죠. 일단 강인이가 인기가 더 많고, 받은 탤런트가 다른데요(웃음). 근데 와주시면 저도 팬들께 해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할 겁니다.


이강인 선수가 여성팬을 잡고 김민재 선수가 남성팬을….


- 그렇게 한 번 해보겠습니다.


에이전트가 김민재 선수에게 조언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승을 꼭 해야 하는 바이에른에 왔으니, 앞으로는 결승전이 몰려있는 시즌 막판까지 몸 상태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요. 나폴리 시절처럼 중요한 시기에 퍼지지 않도록.


- 에이, 전 그 생각하기에 일러요. 경기를 일단 뛰어야죠. 기대감을 낮춰드리려고 하는 멘트가 아니고 진짜 첫 경기부터 뛸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죠.


그래서 올해는 장기적인 목표도 없는 거군요.


- 네. 일단 5경기 정도 뛸 수 있다면 그때 세우는 거죠.


독일은 수비수 개인상이 없지만 축구전문지 '키커'의 반기별 선수평가, 일명 랑리스테를 목표로 세우실 만한데요. (설명해 주자)


- 지금 저에게는 의식할 여유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내내 동기부여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마무리 질문도 비슷하네요. 경기장 밖에도 동기부여 요인이 있나요?


- 가족이죠. 이사를 또 했으니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도와줘야 하고요. 아니다. 제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아요. 1년마다 새 환경에 가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야 팀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생활하니까 오히려 적응이 편한데, 와이프와 아이는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을 새로 꾸려야 하니까 고충이 클 거예요. 그 와중에 절 도와주니 늘 고맙죠.


부모님이 경상도 분들이고, 무뚝뚝하실 것 같은데요. 평소에 칭찬이나 감정표현을 안하실 것 같고요. 하지만 나폴리의 우승 파티는 현장에서 함께 하셨잖아요.


- 원래 그런 말씀 안 하시는데, '대단하다'와 '대견하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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