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일보의 ‘항미원조’ 띄우기…“정의·평화·인민의 승리”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은 2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당시 중국군의 무단 개입을 정당화하며 “70년이 지난 뒤에도 인민군은 언제라도 출정할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4면에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항미원조(한국전쟁을 부르는 중국의 명칭)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이라는 제목으로 5700여자 분량의 장문의 논평을 싣고 한반도 유사시 다시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논평에서 인민일보는 북한과 유사한 입장에서 한국전쟁을 해석했다. 신문은 “중국인민지원군(한국전쟁에 개입한 중국군을 부르는 명칭)과 조선인민군이 어깨를 나란히 싸워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유엔군’을 패퇴시키고 전쟁의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대한 승리는 중국 인민이 일어선 후 세계의 동방에 우뚝 섰다는 선언서”라고 표현했다.
전쟁 과정에 대해서도 북한의 남침은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의 개입을 정당화했다. 신문은 “1950년 6월 25일 조선 내전이 폭발했다. 미국 정부는 세계 전략과 냉전 사유에서 출발해 조선 내전에 무장 간섭하는 결정을 내렸고, 더불어 제7함대를 파견해 대만해협에 침입했다”며 “조선전쟁은 빠르게 내전에서 침략과 반침략의 국제성 국부전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남침에 맞서 참전한 유엔군이 '침략군'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논평은 “세계가 다시 역사의 십자로 입구에 섰다”며 “70년 전 정의를 위해 인민군대가 의연히 출정했고, 70년이 지나서도 정의를 위해 인민군대는 언제라도 출정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날 인민일보 2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군 묘지 참배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전날인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남도 회창에 조성한 중국군 묘를 찾아 마오안잉(毛岸英,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마오쩌둥의 장남)의 묘에 헌화하고 경의를 표했다고 강조하며 한국전쟁으로 맺어진 북·중혈명을 과시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승리’라는 용어 사용을 피했다. 전날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올해는 조선(한국) 전쟁 정전 70주년”이라며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맞닿은 우호적인 이웃으로, 북·중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한반도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민일보와 달리 발언의 수위가 높지 않았다.
한편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승절’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친서는 이날 0시 북한 평양에서 열린 이른바 경축 대공연에서 중국 당·정부 대표단 단장인 리훙중(李鴻忠)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직접 전달했다.
리훙중 전인대 부위원장은 공연에 앞서 최용해 북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과 연회를 함께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회담 사진에는 리훙중 부위원장 옆에 궈예저우(郭業洲) 대외연락부 부부장,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북·중 당 대 당 관계를 주관하는 대외연략부의 류젠차오(劉建超) 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르완다 집권당 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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