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데 없던 이승만·트루먼 동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세워져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독재자 논란에도 지난 6월 16일 기습적으로 세워진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이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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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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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제작된 후 건립 부지를 찾지 못해 방치되다시피 했던 이승만·트루먼 동상이 백선엽 예비역 장군 동상이 세워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세워졌다. 동상을 세운 주최 측은 두 동상이 호국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칭송했지만, 반대 단체들은 역사의 반동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경상북도와 칠곡군, 이승만·트루먼·박정희동상건립추진모임은 27일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 조갑제 동상건립추진모임 대표, 이승만의 양아들 이인수,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김재욱 칠곡군수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진행된 제막식에서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미국 국가도 연주돼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내 축하하고 강승규 사회수석을 통해 메시지도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승규 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6.25 전쟁 당시 한미 두 나라 정상의 동상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의 표상"이라며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야말로 역사의 원동력이라 확신하였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하여 이 나라가 나아갈 비전과 전략을 마련한 선각자이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루먼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두 번의 세계사적 전쟁을 이끈 군 통수권자였다"며 "그는 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덧붙였다.
조갑제 대표는 "오늘은 이승만 대통령이 58년 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날이기도 하다"며 "이날과 이곳이 갖는 역사의 무게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이 두 분의 동상 건립도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고마움을 아는 이들이 손을 잡고 독립운동하듯이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쟁취한 것이기에 오늘의 감회는 더욱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 2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이승만 동상에 씌워져 있던 천을 걷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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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이 열린 후 보수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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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념사를 통해 "2021년 저한테 찾아와서 '이 동상을 2017년도에 완성이 됐는데 세울 데가 없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며 "경북도가 우리나라에서 땅이 가장 넓으니 아직도 이런 분 모실 장소가 많이 있으니 추천해 주시면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세계 각국을 돌아봤을 때 선진국일수록 영웅들의 동상이 우후죽순 많이 서 있다"면서 "그분들이 다 공만 있고 과가 없느냐? 공과가 다 있다. 그런데 공이 크고 과가 작으면 공을 위주로 그렇게 동상을 많이 세운다"고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건립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정경희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오늘은 두 분의 동상을 다부동에 모셨지만 앞으로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은 반드시 서울 한복판에 모셔야 한다"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상 제막식이 끝난 후에는 이곳을 보기 위해 찾아온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국부 이승만'이라고 쓴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이 열린 27일 시민사회단체들이 동상 건립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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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막식에 앞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 명은 다부동전적기념관 정문 앞에서 "윤석열 정부와 경상북도는 역사의 반동을 멈추라"며 이승만·트루먼 동상 건립을 규탄했다.
이들은 "오늘 들어선 이승만·트루먼 동상은 2017년 제작된 뒤 전쟁기념관과 주한미군마저 영내 설치를 거부해 건립 부지를 찾지 못하다가 지난 6월 16일 기습 설치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21년 다부동전적기념관을 관리하던 칠곡군은 이승만 동상 설치에 대해 지역 이장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찬반이 팽팽하여 설치를 포기했고 경북도 역시 정치적 갈등을 우려해 동상 공개를 미뤘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이철우 지사는 입장을 바꿔 동상 설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승만의 죄악 8가지를 열거하며 "개화 청년, 독립운동가, 건국 대통령이라는 허울로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19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탄핵당한 사실은 숨길 수 없다"며 "더욱이 해방 후 행태야말로 우리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죄악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열거한 이승만의 죄악은 ▲헌정을 유린하고 언론을 탄압하여 민주주의를 압살한 죄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을 조장·비호한 죄 ▲친일파를 등용하고 반민특위를 해체하여 민족정통성을 훼손한 죄 ▲분단을 초래하고 북진통일을 외쳐 국민을 기만한 죄 ▲정치군인을 양산하고 쿠데타의 토양을 마련한 죄 ▲정부수립 뒤 독립운동세력을 탄압한 죄 ▲정적을 죽이는 등 정치보복을 자행한 죄 ▲부정부패를 만연시키고 매판경제를 구조화한 죄 등이다.
▲ 이승만트루먼 동상 제막식이 열린 27일 다부동전적기념관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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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전국의 어디에도 세울 수 없었던 동상을 왜 칠곡에 세우느냐"며 "한국전쟁 당시 숨져간 학도병들로부터 수많은 원혼이 서린 곳인데 한국 전쟁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이승만의 동상이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라 저 계곡에 거꾸로 쳐박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전 회장은 "1950년 6월 27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리 국군이 지금 잘 싸우고 있으니까 안심하라'고 했다. 그때 서울 시민들은 이승만이 서울에 있는 줄 알았다"면서 "이승만이 전쟁 때 한 것은 도망 다닌 것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김 전 회장은 "이승만은 4.19 당시 이미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민족의 역적으로 심판받고 민주주의 파괴자로, 학살자로 심판 받았다"면서 "그런데 왜 여기 서 있느냐.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단 한 평의 땅도 내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승만·트루먼 동상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고영주 전 MBC 이사장,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등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지난 2017년 4월 제작해 서울전쟁기념관에 설치하려 했으나 기념관 측이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영내에 설치해 기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주한미군이 거절하면서 설치 장소를 구하지 못하자 한국자유총연맹 경북지부가 관리하는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설치 장소로 정하고 2021년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협조를 요청해 세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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