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스 '소년 성착취' 파문에 놀란 日…男전용 상담 창구 만든다
일본 정부가 오는 9월까지 각 지자체의 관련 기관에 남성이나 남자 아동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전용 상담 창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쟈니스'의 전 사장이었던 쟈니 키타가와(2019년 사망)의 남성 연습생들에 대한 성 가해 문제가 논란이 되자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6일 어린이와 청년들의 성 관련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대책을 정리해 발표했다. 9월 내에 남성과 남자 아동을 위한 성폭력 피해 신고 '핫라인'을 설치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관련 피해 상담 창구도 만든다는 내용이다.
오쿠라 마사노부(小倉將信) 어린이 정책 담당상은 상담 창구의 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한 데 대해 "그동안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여러 오해들로 인해 상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은 지난 3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확대된 '쟈니스 성폭력' 문제에 대한 수습 방안 중 하나다. 당시 BBC는 피해자들을 직접 등장시켜 남성 아이돌만을 육성해 온 쟈니 전 사장이 미성년자였던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얼굴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증언했고 '쟈니스 성가해 문제 당사자 모임'도 만들어졌다.
피해자들은 증언에서 "10대 때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연예계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해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간 범죄가 지속돼왔음에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 '남성도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희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자국 최대 연예 기획사인 쟈니스에서 벌어진 성폭력 의혹에 대해 관계 부처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유엔 인권이사회(UNHCR)도 지난 24일 일본을 방문해 피해자들과 면담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이날 발표한 대책에서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이 교육기관이나 보육 시설에서 일하는 것을 제한하는 '일본판 DBS(Disclosure and Barring Service)'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DBS는 영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아동과 관련된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은 구직자 정보를 DBS에 조회해 성범죄 이력을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이번달 13일부터 시행된 일본의 개정 형법도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고 피해자가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성행위에 대한 '동의'를 판단할 수 있는 나이도 현행 '13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높였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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