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탓하며 포스트 4대강사업? 거대한 사기극"
[김병기 기자]
▲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27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4대강사업 회귀시도 환경파괴 토건사업 획책하는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 김병기 |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환경단체들이 60년 전부터 미호강 준설을 반대해서 발생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조선비즈>였습니다. 가짜뉴스입니다. 환경단체가 생긴 지 30년도 안됐는데, 어떻게 60년 동안 우리가 반대해서 준설을 못했다는 말입니까? 그다음에 더 구체적인 뉴스가 났습니다. 이번엔 <조선일보>였습니다. 2021년도에 충북도가 미호강 프로젝트를 하는데 환경 단체가 준설을 반대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역시 가짜 뉴스입니다."(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7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열린 '4대강사업 회귀 시도 환경 파괴 토건사업 획책하는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이날 폭우로 인한 재난을 4대강재자연화 사업 탓으로 돌리는 윤석열 정부를 성토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감사원의 부실한 4대강사업 감사 결과를 지적하고, 이를 빌미로 환경부가 금강·영산강의 보를 존치하겠다는 발언을 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감사원은 '4대강 국민연합(전 대표 이재오)'이 감사 청구한 4대강 사업 관련 5차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환경부는 그날 오후 감사원이 발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공익감사 결과'의 후속 조치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를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하천 정비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트 4대강사업? 거대한 사기극"
이날 사회를 맡은 임도훈 시민행동 간사(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뒤 한 시간 뒤에 환경부는 '보를 존치하겠다' '댐 20개를 추가로 건설하고 강을 준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환경부 장관이 임의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무효로 하거나 할 수 없다"라면서 "감사원 감사가 발표되자마자 한화진 장관이 정부의 주문에 충성 경쟁하면서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 대표는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시행 전부터 시급한 것은 4대강 보가 아니라 지류·지천의 정비라고 주장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건설 자본들이 이를 묵살했다"라면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하천에 손도 대지 못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상임대표는 이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권력의 꼭두각시인 환경부 장관이 국민의 재난을 기회로 포스트 4대강사업을 이야기하며 거대한 사기극을 벌이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권 때처럼 4대강 사업을 통해 생명의 강과 하천을 건설자본의 먹잇감으로 주겠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를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시 수문을 개방한 경우와 보가 없는 경우를 비교했더니, 한강(강천보 상류)과 낙동강(달성보 상류)은 구조물로 인해 홍수위가 각각 1.16m, 1.01m, 금강(공주보 상류)과 영산강(승천보 상류)도 각각 0.15m, 0.16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홍수 전에 보를 비워두었다가 홍수 시 채우더라도 보에 담을 수 있는 양이 적고, 홍수 시작 단계에서 모두 채워져 홍수저감 효과는 없다'고 한다.
김 부위원장은 "보를 해체하지도 않았는데 해체해서 홍수가 났다는 언론 매체들의 기사를 보면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개탄했다.
▲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27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4대강사업 회귀시도 환경파괴 토건사업 획책하는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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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장은 이어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4대강 보를 유지하고 또 댐을 건설하고, 하천 정비를 비롯한 준설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물 관리까지 다시 국토부로 넘기라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당연히 반대해야 하겠죠. 하지만 환경부는 국토부의 '환경국'을 자임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4대강 사업을 다시 하는 것을 반대할 곳은 환경단체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참사가 환경단체 때문에 발생했다는 족쇄를 채워서 활동을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발언자인 이혁재 정의당 세종시당 위원장은 "얼마 전에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금강을 준설하고 세종보를 막아서 친수 공간을 개발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시장은 망언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2018년 1월 세종보를 전면 개방하기 전에는 세종보가 위치한 한솔동, 새롬동 근방은 악취가 진동해서 창문도 못 열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보 개방 이전에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수질이었고, (4급수 지표종인) 붉은 깔따구가 천지에 넘쳐났다, 2018년 1월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환경부가 토건 사업에 전력 질주"
이날 시민행동은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4대강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재자연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결정을 뒤집고, 신규 댐을 건설하며, 강바닥을 파헤치겠다는 환경부의 발표에 우리는 분노하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라며 "자연환경을 보전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활환경 보호를 제1의 목표로 삼고 동분서주해도 부족한, 이 위중한 시기에 환경 토건 사업에 전력 질주하고 있는 환경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감사원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 후 상태를 추정하기 위해 활용했던 '보 설치 전', '보 개방 후' 자료들이 '보 해체 후'를 추정하기에 적절한 자료가 아니므로 충분한 기초자료를 근거로 한 분석 결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시정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적절한 자료로 직접 분석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 처리 방안은 감사원이 제시한 방법론을 반영했지만, 역시 보 해체의 경제성이 높게 나왔다.
또, 감사원은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이 위법하였다. 환경부가 시민단체에 위원 후보자 명단을 먼저 전달하고,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사람들을 표시해 제외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관계자가 받아본 명단은 '통합물관리포럼 위원' 명단이었으며, 이 명단마저도 이미 공개된 자료였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는 부족했는지, 신규 댐 건설과 준설을 다른 부처도 아닌 환경부에서 운운하고 있다"면서 "환경부는 위선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를 멈추고, 현재의 계획대로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해체하고 상시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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