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김용화 감독 "신파보다 희노애락…영화로 위로하고픈 마음" [인터뷰 종합]

김유진 기자 2023. 7. 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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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용화 감독이 5년 만의 신작 '더 문'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자문과 섬세한 작업과정을 거친 과정을 떠올리며 개봉을 앞둔 떨리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김용화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더 문'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2003년 '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미스터 고'(2013)를 포함해 쌍천만 관객을 달성한 '신과함께-죄와벌'(2017)과 '신과함께-인과 연'(2018)까지 20여 년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을 통해 스크린 위에 광활한 우주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냈다.

"영화 일을 오래 했어도 개봉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며 떨리는 마음을 전한 김용화 감독은 '더 문' 작업 과정을 떠올리면서 "더 늦어지면, 제가 영원히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영화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어 "'신과함께' 이후로도 (대중이) 큰 반응을 보여주시고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도전의 메시지를 담고 싶은 마음이었고, 중요한 것은 영화를 잘 만드는 기술적 완성도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덱스터 스튜디오가 가진 현재의 기술력과 상황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봤고, '이제는 우주로 나가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과거 EBS 특강을 통해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박사가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었었다고 말한 김용화 감독은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는데, 지구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냐'는 물음에 그 박사님이 천문연 근처의 산에 가면 별이 보인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 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갈등이나 오해가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내 자신이 미진해 보이게 되고, 숭고해지는 마음이 든다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가 울림이 있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정말 작은 존재이지 않나. 그 안에서 시야를 넓혀서 관계를 살펴보면 조금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얼함'을 기본이자 핵심으로 생각하며 작업에 공을 들였다.


김용화 감독은 "달에 대한 얘기가 영화로 많이 전해졌지만, 달의 뒷면을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는 보지 못했다. 사실 달의 앞면에 대한 이야기는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부터 판타지를 주는 모든 서사가 다 있지 않나. 그런데 달의 뒷면은 정말 칠흑같이 어둡다. 공포와 스릴, 그 안에 양면을 갖고 있는 앞면과 달리 달의 뒷면이 영화적으로 굉장히 좋은 설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얘기했다. 

'더 문'의 제작비는 약 28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당연히 높은 금액이지만, 영화에 사용되는 VFX((Visual effect, 시각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는 그야말로 알찬 가성비 활약이다. 

김용화 감독은 "저희는 VFX에 61억 원 정도를 썼다. 그 이상의 예산을 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할 때도 저희는 당연히 상대적으로 정말 낮은 비용인데, 그래서 사실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주안점을 뒀던 것은 샷 수를 줄이고 남아있는 샷들의 완성도를 더 높은 품질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샷 수를 좀 더 줄여내더라도 압도적인 화면이나 하나의 장면으로도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쪽에 승부수를 두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완성도를 채워나갔다고 덧붙인 김용화 감독은 "시나리오에서 혹시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고증을 받으려고 했다. 예를 들어 유성우가 실제 어떤 식으로 떨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유성우가 떨어지는 방식을) 우리 영화에서 이렇게 구현해도 되는 것일지 부분까지 자문을 얻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하는 것은 구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용화 감독의 작품 속에서 각 인물들이 표현하는 감정이 구현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했다.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그려왔던 김용화 감독은 이런 감정 구현이 신파로 표현되는 일부 시선에 대해 "저는 저를 포함해서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위로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원통한 사연들이 얼마나 많은가. 개개인의 사정은 말 할 것도 없고, 지금도 뉴스만 봐도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 위로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 감정적으로 과했을 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 신파라는 의견으로 표현을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눈물이 없을 수 있겠나. 저는 영화는 희노애락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보는 기준은, '느닷없냐 아니냐'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이은 김용화 감독은 "영화적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감정적인 측면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개의 가지를 뻗는 것보다, 깊숙한 감정을 파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감정적인 측면에서 신파냐 아니냐를 느끼는 것은 보는 분들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은 관객 분들이 평가해주실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더 문'은 코로나19 여파를 지나 엔데믹 시대로 가고 있는 올 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 중 한 편으로 손꼽히고 있다. '신과함께'로 전에 없던 흥행과 화제를 모두 이끌어 낸 성과를 이뤘었기에, 차기작인 '더 문'을 준비하고 완성하며 집중했던 마음은 더욱 남다르기도 했다. 

김용화 감독은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봉이 다가올 때면 오히려 생각이 단순명료해지더라. 중요한 것은 제 영화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다른 작품과의 경쟁보다는) 저는 제가 세운 목표가 저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제 영화에 자신을 갖고 있는지, 최선을 다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김용화 감독'을 떠올렸을 때 앞선 '신과함께' 시리즈와 이번 '더 문'처럼, 앞으로도 본 적 없던 세계를 스크린 위에 구현해 나갈 계획이냐는 말에는 "사실 저는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제가 왜 '신과함께'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넉살을 부리며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영화 10편을 꼽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영화들을 찾아보니 그 중에 판타지 장르는 한 편도 없었다. 휴먼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들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심지어 저는 첫 장편 데뷔작도 스릴러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52년 정도를 살아보니 인생의 좌표를 목표로 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더라. 지금 이 회사(덱스터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300명이 넘는 식구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인생이 흘러 왔다. 저도 물론 기회가 된다면 절절한 음악이 들어간 영화라든지, 로코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제 안의 굉장히 많은 자아와 함께 '어느 것이 내 인생의 올바른 태도일까' 계속 반문하는 중이다"라며 매 순간 작품, 또 영화와 함께 흘러가고 있는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고 있는 현재의 심경을 이야기했다.

'더 문'은 8월 2일 개봉한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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