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뒤, 계단에 앉아 편히 쉰 조선…이수정 "눈여겨 봐야"
신림역 일대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조선(33)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매우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진단한 뒤 "흉기 난동을 부린 다음 계단에 앉아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범행 후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조선은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도망가기는커녕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았다. 직전에 살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여유로운 표정과 태도를 취하면서 경찰에게 "열심히 살아도 안 되더라. X같아서 죽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이 사람은 궁극적으로 센세이셔널한 범죄 끝에 일종의 영웅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다"며 "또래 사이에서 자기도 세 보이고 싶었으나 신체적인 취약점 때문에 강력한 존재가 되지 못한 부분, 자신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그런 식으로 해소하려 한 무의식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키가 약 168㎝인 조선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 조건이 좋은 또래 남성이 부러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교수는 또 "CCTV가 있는 마트에서 흉기 두 자루를 훔치고, 택시비도 내지 않아 절도 등으로 검거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신림역을 특정해 4명에게 사상을 입히고 계단에 앉아 쉬었다"며 "더군다나 신상까지 공개되며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본인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선이 범행 하루 전 초기화 작업으로 휴대전화 기록을 삭제하고, 망치로 데스크톱 PC를 부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도 비뚤어진 영웅 심리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나 검색 한 번 안 하고도 이렇게 사람을 살해했다'는 심리가 깔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은 경찰에 "살인 방법을 검색한 기록이 발각될까 두려워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모방 범죄 예고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온 데 대해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억제된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는 사실들을 사람들이 공유하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사법기관은 예의주시하면서 이 사람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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