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위험' 신고에 "구청 전화하라"...참사 전날 119 녹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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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5시간 전 임시 제방 붕괴 우려 신고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기 15시간 전 임시 제방 붕괴를 예견한 119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국회의원이 공개한 7월 14일 충북소방본부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이튿날 무너진 미호강 임시 제방에 하루 전부터 월류(越流)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미호강 임시 제방은 15일 오전 8시3분 월류를 시작해 이후 둑이 무너지면서 이날 오전 8시44분 궁평2 지하차도를 삼켰다. 임시 제방과 지하차도 간 거리는 300여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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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허물어지면 교통마비, 오송 물난리”
이후 “(미호천교)교각 공사 현장 밑에 임시로 흙을 쌓아놨는데 차수막을 설치하지 않아서 밑단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다. 거기(임시 제방)가 허물어지면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된다.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상황실 근무자는 “그렇게 되면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지금 전국에 우기가 좀 심하게 왔다. 출동 인력이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다”고 답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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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예방 인력 없다. 관계기관 물어봐라”
이 신고는 종결처리 됐고,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 오송 참사를 감찰 중인 국무조정실은 충북소방본부가 현장을 확인했거나 관계 기관에 신고 내용을 알렸다면 사고를 막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조실은 충북소방본부 직무유기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를 징계 요청하거나,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이날 청주에서는 미호강 임시 제방 붕괴와 관련한 민간단체 공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환경단체와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미호강 제방붕괴 공동조사단’은 ”기존 제방 훼손과 허술하게 만든 임시 제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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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찰관에만 책임 지우려 해” 1인 시위
이어 “제방 붕괴 지점은 하천 폭이 좁아지는 병목현상 지역으로 2011년부터 국토교통부 하천기본계획에 ‘미호강 강외지구 하천정비사업’이 포함돼 있었다”며 “하지만 미호천교 가설 공사 등에 밀려 하천정비사업이 중단된 것 역시 제방 붕괴 근원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부터 28일까지 국무조정실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다. 국조실은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것처럼 허위 입력한 의혹이 있다며 경찰관 6명을 수사 의뢰했다. 민관기 직협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현장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지우려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미호천을 관리하는 충청북도청, 미호천교 공사를 진행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주시청과 청주 흥덕구청, 소방과 경찰 등 관계기관 법적 책임에 기반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최종권·하준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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