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5번째 4대강 감사, 종전 감사 때 지적한 것과 배치돼"

강찬수 2023. 7.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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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금강 백제보의 수문을 통해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후 4대강 보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4대강 감사가 과거 감사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감사하면서 지적했던 내용과 서로 배치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에 반발하는 모 시민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해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해 5번째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20일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 한국환경회의는 27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철 카슨 홀에서 '윤석열 정부 물 정책 논란 및 4대강 재자연화 퇴행 진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3년엔 COD로 평가하라 요구


대한하천학회 등이 27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윤석열 정부 물 정책 논란 및 4대강 재자연화 퇴행 진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 이정일 동화법무법인 변호사,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 이준경 한국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 뉴스1
이 자리에서 동화 법무법인 이정일 변호사는 "2013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4대강 보 수질 조사 때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대신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운을 뗐다.

BOD 기준만으로 관리하면 4대강 보의 물이 부영양화되더라도 수질은 좋은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환경부도 COD를 기준으로 수질 평가 항목을 설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번 5차 감사에서 COD로 평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보 존재와 무관하게 난분해성 오염물질의 유입량 증가로 인해 COD 값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감사원이 종래 감사의 취지를 스스로 뒤집었다"면서 "녹조 발생 등을 고려할 때 COD를 평가 항목으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정책 감사를 할 경우 새로운 외부 연구 용역을 통해 기존 정책을 재검증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불성실하게 진행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보 설치 전과 비교한 것 문제 삼아


지난달 23일 오후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창녕군 남지읍 경계에 있는 낙동강 칠서지점에 짙은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변호사는 또 "문재인 정부 때 환경부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보 해체 후 수질·수생태계 개선에 따른 편익을 산정할 때 현재 상태와 보 설치 전 상황을 비교했는데, 감사원이 5차 감사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고 운을 뗐다.

보 설치 전의 하천과 보 해체 후의 하천이 수심 등 형상이 달라 과거 보 설치 전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5차 감사에서 나온 지적이었다.

이 변호사는 "보 해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 해체 후 수질 데이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보 설치 전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보 수문 개방 후에 얻은 데이터 역시 보의 수위를 최저로 유지한 상태에서 얻은 것이어서 보 해체 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 해체와 가장 유사한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은 환경부 조사·평가위원회 심의·의결과 별개로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2년 동안 57회 이상의 토론을 거쳐 이뤄진 결정"이라며 "현 정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아닌 환경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빌미로 국가물관리위원회 결정까지 뒤집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물관리 기본법'에 따라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방안을 백지화하려면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유역 물관리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하는데도 환경부가 감사원 감사 결과만 보고 일방적으로 뒤집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가 홍수에 도움? 악성 거짓말"


이번 폭우로 참사가 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인근의 미호천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삽을 이용해 훼손된 미호강 제방을 임시로 보강하고 있다. 사진 도종환 의원실 영상 캡처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은 "이번 장마 홍수 때 충남 논산시 성동면 금강 제방 붕괴는 제방 옆에 수로를 만든 탓에 제방과 콘크리트 사이에서 물이 새는 이른바 '파이핑 현상'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불러온 미호강 임시 제방 붕괴는 홍수기 때에는 제방을 훼손하는 공사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준경 한국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2021년 대한토목학회가 작성한 '4대강 보 홍수조정능력 실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 시에 대형 보는 0.15~1.16m의 수위를 상승시킨다"면서 "4대강 보가 홍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악성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금강·영산강 보가 해체된 게 없는데도 보가 해체됐으니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환경부가 댐을 20개나 짓고, 지류 하천을 준설 중심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은 대규모 토건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자연 유활 회복, 자연성 회복, 다목적 홍수터 등 자연성 회복 패러다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천 담당 공무원 수가 일본의 5000여 명보다 한국이 300여 명으로 절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하천관리청(가칭)'의 설립은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는 "지방 하천 정비는 예전부터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면서 "하천 제방을 콘크리트로 덮고 폭을 좁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홍수 때 지류의 빗물이 4대강 본류로 빠른 속도로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본류의 범람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당초 계획대로 금강과 영산강 보를 해체하고 상시 개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날 낙동강에서는 경북 상주시 상주보 좌안 제방 붕괴 현장에서, 금강 유역에서는 세종시 환경부 입구 앞에서, 영산강 유역에서는 광주시 서구 영산강 유역환경청 앞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을 성토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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