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히잡 쓰고 메가톤급 스파이크, KGC인삼공사 메가

김효경 2023. 7. 27. 13: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왓티. 대전=김효경 기자

히잡 쓴 스파이커가 메가톤급 스파이크를 날린다. 메가왓티 한게스트리 퍼티위(24·인도네시아)가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올 시즌부터 아시아쿼터(AQ) 외국인 선수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 1명에 아시아 출신 선수 1명을 추가로 뽑게 했다. KGC인삼공사는 3순위로 메가왓티를 선택했다.

대전 KGC인삼공사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메가왓티는 "2019년 AVC컵 때 서울에 온 적이 있다. 한국은 두 번째다. 한국 날씨가 조금 추워 놀랐다"며 "K-팝도 한국 드라마도 좋아한다. '그 해 우리는'이란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남산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웃었다.

메가왓티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로 뛰다 아버지의 추천으로 배구 선수가 됐다. 그는 "인도네시아 선수 최초로 한국에서 뛰어 기분좋다. 다른 선수들도 올 수 있도록 내가 잘 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 전남에서 뛰는 축구 국가대표 아스나위(전남)를 안다며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하다. 나도 인도네시아를 한국에서 알리겠다"고 했다.

메가왓티는 아시아 여자배구 4강 중 하나인 태국 리그(촌부리)에 진출한 적이 있다. 지난 6월 아시아 챌린지컵에선 인도네시아의 준우승을 이끌며 베스트 아포짓 상을 받았다. 그는 "공격과 서브가 내 강점"이라고 했다.

여자배구 KGC인삼공사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사진 메가왓티 SNS

메가왓티는 이슬람교 신자다. 일상 생활은 물론 경기 때도 히잡(얼굴 일부와 머리를 천으로 감싸는 이슬람 의상)을 착용한다. 그는 "경기용 히잡이 따로 있어서 검은색으로 챙겨왔다. 외출용은 좀 더 화려하다. 집에서 쓰는 것까지 총 16개를 가져왔다. 착용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경기 중에는 머리와 목에 핀을 꽂아 고정한다. 한 번도 히잡이 벗겨진 적이 없고,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구단은 한국외대 학생인 김윤솔(22)씨를 통역으로 고용해 메가왓티의 생활을 돕고 있다.

메가왓티는 "돼지고기는 먹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에도 한국 음식이 많아서 문제 없다. 여미(염혜선) 언니와 카페도 가고 치킨과 매운 떢볶이도 먹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라고 했다. 무슬림은 메카를 향해 5~10분 정도 하루에 다섯 번(새벽 5시·오후 1·3·6·7시) 기도를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경기 도중 기도시간에 휴식을 갖기도 했다. 메가왓티는 "기도 시간이 경기와 겹칠 땐 그 전후로 옮겨서 해도 된다"고 말했다.

메가왓티는 키 1m85㎝로 아시아쿼터 중 최장신이다. 높은 타점을 살린 공격과 블로킹이 일품이다. 다른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아웃사이드 히터나 세터지만 공격력이 중요한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다. 최근 연습경기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공격과 블로킹 모두 좋다. 훈련 태도도 좋고 성실하다"며 흡족해했다.

29일 개막하는 도드람 컵대회에선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다. 그래도 메가왓티는 함께 훈련을 하면서 V리그와 팀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갈 계획이다.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왓티. 대전=김효경 기자

메가왓티는 등록명을 '메가'로 정했다. 고희진 감독은 "부르기도 좋고, '메가'란 어감도 좋다. 본인도 인도네시아에서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더라"고 했다. 트랜스포머 영화 1편의 최종 보스였던 '메가트론'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메가왓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메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