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무너지는 소아진료, 초강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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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일이다.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소아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동탄성심병원 응급실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중단했다.
지방 현장 의료진은 "소아 진료체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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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일이다. 일요일 새벽 아이의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아침 일찍 서울역 근처 소화아동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문을 열기도 전이었지만, 대기 번호표는 61번. 병원은 순번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고열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4시간을 기다렸다가 진료를 봤다. 그래도 365일 소아과 의사가 대기하고 있는 소화병원은 부모들에게 구세주였다.
안타깝게도 소화병원은 지난달부터 휴일 진료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야간에 소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나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는 병원이 80%에 육박한다. 지난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소아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이대목동병원도 외상 환자가 아닌 소아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다. 동탄성심병원 응급실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중단했다. 병원에서 근무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해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13년 791명에서 지난해 349명으로 44% 줄었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했을 당시 전국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에서 2021년 38% 그리고 2022년 27.5%까지 떨어졌다. 소아청소년과 의원과 병원도 줄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서울의 소아청소년과 의원과 병원수는 456개로 최근 5년간 12% 감소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전공의 구인난은 더 심각하다. 지방 현장 의료진은 "소아 진료체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토로한다. 백희조 화순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공의가 한명도 없어 당직도 2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서고 있다 "면서 "남아 있는 의사들도 가중된 업무에 인력 이탈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줄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소아 청소년과 의사들의 연봉은 전공별로 비교해 꼴찌다. 전공별 평균 연봉(2억5441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저출산으로 환자 수는 줄어드는데 대부분의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가격)를 정해 지불하는 급여 항목이다. 보통 병원은 가격을 자의적으로 정하는 ‘비급여’ 항목에서 매출을 올린다. 소아청소년과는 이런 수익성을 얻기 힘들다.
이대로라면 소아 의료 붕괴는 시간문제다. 의사 부족으로 생명이 경각에 달린 소아 환자가 골든 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상황에 놓을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어린이 중증 환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역에서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내년부터 전국 5개 권역에 소아암 거점병원을 육성한다. 인력을 충원하고 주변 병원과 협력해 소아암 전담 진료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 인력을 보강하는 계획도 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자화자찬하기엔 한국 의료 상황은 참담하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로 의사가 쏠리는 현실을 바꾸려면 더 실효성 있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필수 진료 의사들의 보상 체계를 제대로 개편해야 한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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