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향한 악플로 8년 재판…"'국민호텔녀'만 모욕" 최종 확정
여성 연예인을 ‘국민호텔녀’라 칭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8년 전 가수 겸 배우 수지(본명 배수지·29)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았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50만원을 확정했다. 이날 선고는 대법원의 두 번째, A씨가 받은 다섯 번째 판결이자 최종 판결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판결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는데, 돌려보낸 취지대로 서울북부지법서 판결했다며 그대로 확정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언플(언론플레이)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란 댓글과 12월 “영화폭망 퇴물 수지를 왜 설현한테 붙임? 제왑(JYP엔터테인먼트·당시 수지 소속 기획사) 언플 징하네”란 댓글을 달았다. 수지 측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약식으로 A씨에게 벌금 명령만 내리면 된다고 판단했으나 A씨가 불복해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1심 서울북부지법 김유정 판사는 ‘거품’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표현에 대해 모두 “고소인(수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라 보기 충분하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2017년 4월). 하지만 7개월 뒤 같은 법원 형사2부(부장 박이규)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언플’에 대해선 “대형 연예기획사가 긍정적 기사를 유통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현실”이고, ’국민호텔녀’에 대해선 “과거 열애설·스캔들이 보도된 적이 있어 이를 기초로 비꼰 것”이라며 모욕죄가 아니라고 했다. ‘영화 폭망’은 “흥행하지 못한 사실을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고, ‘퇴물’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생각을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부 유죄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힌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 갔고, 5년 만에 일부 유죄로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다른 표현은 몰라도 ‘국민호텔녀’란 표현만큼은 모욕이 맞는다며 판결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다. 나머지 표현들은 “피해자 소속 기획사의 홍보방식이나 피해자 출연 영화의 실적 등 공적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거칠게 표현했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 볼 수 있어도, ‘국민호텔녀’는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 하는 방법으로 비하하는 것으로 여성 연예인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멸적인 표현”이라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재은·한성진·남선미)는 이런 대법원 판단대로 “언플이 만든 거품”과 “영화폭망 퇴물”은 무죄로, “국민호텔녀”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그래도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며 재상고했는데, 다시 같은 사건을 받아든 대법원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8년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법원에서의 상고심·재상고심을 제외하고 A씨는 서울북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2심·파기환송심에서 모두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이 사건처럼 벌금형에만 해당하는 경우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임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붙여줄 수도 있다. 국선변호인 선임 시 피고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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