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판 도가니' 그 학교, 장애인 직업교육 터전 된다

김준희 2023. 7. 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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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 최초 영·유아 과정 공립 특수학교인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유화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힐링 버블쇼'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전북교육청, 중등 특수학교 신설 추진


이른바 '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2015년 문을 닫은 전북 전주자림원 터에 장애인 중·고등학생을 위한 직업 교육 특수학교가 생긴다. 이 사업이 교육부 심사만 통과하면, 주변에 들어서는 장애인 일자리센터·복지센터와 함께 전국 최초 고용·복지·교육 연계형 자립 모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북교육청은 27일 "전주시 덕진구 옛 전주자림원 부지에 가칭 '전주보름학교'를 설립하는 안이 오는 28일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중앙투자심사는 교육부가 지방재정법 등에 따라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과잉 투자를 막기 위해 300억원 이상 사업 타당성을 심사하는 제도다.

전북교육청은 오는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학생 수 123명, 18학급 규모로 중·고·전공과 과정 특수학교를 세울 계획이다. 사업비는 380억원이고, 내년에 착공한다. 직업 중점형 특수학교인 전주보름학교는 ▶휴먼서비스학과 ▶외식서비스학과 ▶농생명산업학과 등 3개 학과를 운영한다.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구성된 '발평자사모' 회원들이 2019년 7월 10일 옛 자림학교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자림학교를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적응 훈련과 고용을 연계한 평생학습관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발평자사모]


자림학교 폐교로 100여명 전학


앞서 '전주판 도가니' 사건은 자림원 전 원장과 전 국장이 2009년부터 수년간 시설 내 여성 장애인 4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각각 징역 13년과 10년을 선고받아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사건이다. 2012년 7월 내부 직원들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사건이 불거지자 전북도는 2015년 4월 자림복지재단 대표와 이사 7명 등 총 10명을 해임하라고 명령하고, 같은 해 12월 법인설립허가도 취소했다.

덕진구 유일한 특수학교였던 자림원 내 자림학교가 폐교되면서 당시 초·중·고교 재학생 100여 명은 완산구·완주군으로 학교를 옮겼다. 이후 7년 7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덕진구엔 중등 과정 특수학교가 없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전주엔 현재 특수학교 4곳에 437명이 다닌다. 이 중 전주선화학교·전주은화학교(이상 공립)·동암차돌학교(사립) 등 3곳이 완산구에 있다. 전주유화학교는 덕진구에 있지만, 영·유아 과정 공립 특수학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장애인 교육·일자리 센터도 설립…"시너지 기대"


이에 전북교육청은 장애 학생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덕진구에 중등 과정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했다.

자림원 일대에 전주시 장애인일자리종합타운, 전북도 장애인종합지원센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고용교육연구원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전북교육청은 세 기관과 유기적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성하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전주보름학교가 생기면 옛 자림원 일대에 장애인 자립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벨트가 형성된다"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현장 실무형 직업 훈련과 졸업 후 취업률을 높이는 데 최적 조건"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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