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쿠바서 만난 한류, 그 잊을 수 없는 기억

에이미 헛친슨 2023. 7. 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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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어디까지 갔을까?-프롤로그] 한국문화를 상상하며 재창조하던 쿠바인들

[에이미 헛친슨 기자]

[기사수정 : 31일 오전 9시 31분]

한류가 침체될 것이다, 계속될 것이다, 말이 지속적으로 오고 가는 것은 어느 누구도 한류의 미래를 딱히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확률은 반반이니 말이다.

난 미국에서 대학교에 적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어나 한국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하여, 한국이 좋아서 모여든 미국 학생들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서두에 밝히고 싶다.

내가 한류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미국 학회회장단들이 가는 쿠바 리서치 단체에 포함된 2017년이 그 시작이었다. 쿠바의 초중고대학교와 문화·의료시설들을 시찰할 희귀하고도 좋은 기회였다. 해외 생활 20년 중에 처음으로, 내가 한국인이라서 미국인들과 쿠바인들에게 특별하게 환영을 받는 경험이었다.

1990년대부터 유럽여행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상전벽해 수준의 차이점이 있었다. 과거엔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지 관심도 없었고, 일본인인지 물어봤다가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실망하던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1993년 영국 런던과 뉴캐슬 사이에서의 여행 경험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뉴캐슬의 작은 상점 주인할머니는 가게문을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고, 이내 주인 할아버지가 나와서 나에게 나가라고해서 쫓겨나듯 나왔다. 계속 구박 비슷한 눈길을 받으며 여행을 하다가, 런던에 와서야 1988년 올림픽을 한 나라냐고 물어보는 딱 한명이 있었다.

그 후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어디서나 일본인이냐고 물어보다가 아니라고 해도, 아는 일본어로 말을 걸거나, 중국인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마치, 서양인들의 머릿속에는 동북아에는 일본과 중국만 존재하는 듯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온 학생들의 면면

2000년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에 사는 다국적인 중에 하나였을 뿐 한국인이라서 좋아해주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중국인들이 한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지 재미있다고 얘기하는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그 때부터 영어대화를 위해서, 한국드라마 영어제목 알아두기와 대강의 줄거리를 익혀두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5년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했을 땐, 한국어를 배우려고 모인 미국학생들이어서 한국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었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김태희가 주연했던 장희빈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본 나머지 한국을 방문해 장희빈 무덤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난 장희빈 무덤이 한국에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었던지라 놀라기도 했고, 그 일화는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이기도 했다.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부족하다하여 두 학기만 한국어 강의를 하고 원래 전공에 집중해 강의를 했는데, 지금은 계속할 걸 그랬나 후회할 정도로 모여드는 학생들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 종교 때문에 한국을 다녀왔는데 한국어를 잊고 싶지 않아서 온 학생, K-pop이 좋아서 온 학생 등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가나다라에 집중해서 한글만 가르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적이었던 때였다.  당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의를 했는데, 그 중 학생들로부터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이 있었다. 한국의 전래동화와 만화를 영어 자막 없이 보여주고 내용을 짐작하게 해보는 것이었다. 구전동화들이라 전세계 공통으로 비슷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시도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학생들은 내용의 70% 이상을 구술했다. 비슷한 서양의 동화들이 있냐고 물었더니 예상대로 대답을 잘했다. 이래서 한국문화가 통했나 싶기도 하고, 사람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문화 상상하며 재창조한 쿠바인들
 
▲ 쿠바의 한복입은 청년들  직접 들고간 한복과 결혼예복을 입어보고 체험하기
ⓒ 에이미 헛친슨
 
앞서 이야기 했듯, 2017년 쿠바에서 한국인이라서 환영을 받기 시작한 것은 매우 특이하고 대단한 일이었다. 유수의 미국인 학자들과 함께 방문했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한국인인 나에게만 몰려드는 일이 일어났다. 사진 찍고, 사인 받고... 일반인인 나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쿠바가 고립된 나라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한국드라마를 보고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었다. 2010부터 2016년 사이에 쿠바 일반국민들까지도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2017년 방문 이후로 다양한 학술적인 목적으로 일년에 한 번씩 쿠바에 가서 하바나 대학 교수들과 교류하다가, 한 지역 문화센터에 직접 한복을 진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 지역 청년들을 만났다. 무역 제재 등으로 고립된 나라 쿠바에서 즐기는 한국문화라니, 연구해 볼 가치가 매우 유의미한 귀중한 샘플집단이었다.

미국에서 즐기는 한국문화와 쿠바에서 즐기는 한국문화는 분명히 같았다. 즐기는 모습도 같았다. 다만, 쿠바는 한국문화 자료 유입의 제한이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가 한국문화를 상상하며 재창조해 내는 것이 특이점이었다.

쿠바인들에게는 한국음식 만들어 먹기가 가장 큰 과제였고 도전이었다. 한국드라마엔 떡볶이와 자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쿠바에는 떡, 고추장, 춘장 모두 없다. 쿠바인들은 쌀가루를 내어 떡을 빚었다. 또 고추장 대신에 케첩과 베트남 매운소스 활용해 보고, 춘장 대신에 베트남 검은 소스도 활용했다.

이러한 특이점들을 발견하고서도 책을 쓰지 않는다면,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 책을 쓰기로 결정한 후 K-pop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는 피디님을 만났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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