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인정하니 내가 보였다…'잊혀진 수영 신동' 이호준의 세계 6위 반전 드라마

김현기 기자 2023. 7.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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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남을 인정하고 나를 내려놓으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수영은 새 역사를 하나 썼다. 경영 단일 종목에서 처음으로 2명의 선수가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지난 25일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나란히 올라 동메달을 따낸 황선우와 6위를 차지한 이호준이 주인공들이다.

둘의 동반 결승행을 상당히 각별하다. 우선 한 나라에 두 명이 특정 종목에 출전하려면 두 명 모두 월드아쿠아틱스(옛 국제수영연맹)가 마련한 세계선수권 A기준기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수영에선 이것부터 힘든 과제였다. 2010년대 여자 접영에서 A기준기록을 2명이나 통과하는 경우가 나오긴 했지만 그 외엔 한 명만 통과하거나, A기준기록 통과자가 없어 B기준기록 통과자를 내보내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예선과 준결승을 계속 헤쳐나가 결승까지 2명 모두 올라야 했으니 수영 강국이라는 미국, 호주, 영국 정도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한국 수영이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2명이 진출해 태극기를 두 번이나 전광판에 띄운 것이다. 한국 수영의 간판으로 200m에서 동메달을 딴 황선우의 쾌거가 물론 가장 컸지만 예선과 준결승에서 좋은 성적으로 세계 8강 안에 들어 6위를 차지한 이호준의 공도 간과할 수 없다.

수영 신동이 이제는 노력파로 변신해 물살을 가르고 있다. 이호준은 10대 초반 박태환의 같은 나이대 기록을 훌쩍 경신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수영 신동이었다. 중고교 시절 그가 수영 대회에 출전하면 마치 축구의 이승우, 백승호, 이강인처럼 사진 찍거나 인사하는 초등학교 후배들이 적지 않았다. 학생 선수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했던 셈이다.



그런 상승세를 반영하듯 이호준은 고교생 신분이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에선 1분48초49를 기록하며 6위를 차지했다. 광주 세계선수권에선 B기준기록에 해당돼 혼자 출전했는데 1분48초49로 예선 31위를 차지했다.

국가대표로 큰 대회에 나간 것은 훌륭했지만 기록이 1분48초대에 불과한 것은 그의 성장이 갈수록 더뎠다는 뜻도 된다. 실제 이후 이호준의 수영 인생은 2살 후배 황선우의 급성장과 함께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황선우가 2020년 11월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92를 기록하며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쓰면서 이호준은 점점 잊혀지는 선수가 되는 듯 했다. 도쿄 올림픽에도 나서긴 했지만 자유형 400m 에서 3분53초23으로 26위에 그치는 등 반전이 쉽지 않았다.


이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예선 1분46초21로 전체 5위, 준결승 1분45초93으로 전체 6위, 결승 1분46초04로 최종 6위를 차지하며 수영 인생 새 막을 스스로 열어젖혔다. 이호준은 28일 남자 800m 계영에서 황선우, 김우민, 양재훈과 한국 수영 사상 첫 세계선수권 계영 종목 입상에 도전한다.

자신의 달라진 위치를 인정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게 이호준을 지켜 본 이들의 평가다.


아버지 이성환씨는 "(내려간)위치를 인정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이호준이)그걸 어느 순간 받아들이며 동료들을 축하하고 또 자신의 발전 자양분으로 삼았다"며 "기술적으론 최근 들어 스트로크 횟수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붙었다. 특별히 누가 가르쳐줬다기 보다는 본인이 부단히 노력해 터득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에서)다른 선수들과 달리 기록 조절을 할 수 없었으니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며 예선부터 전력투구한 아들의 노력을 격려한 뒤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성장해서 대견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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