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TBS, 국민의힘만 모르는 사실 하나

신지혜 2023. 7. 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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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TBS④] 공정성 내세워 재정 삭감 겁박, 그 자체가 권위주의로의 회귀

정치권력이 '돈줄'로 언론을 옥죄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TBS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제작 마비 상황에 직면한 수도권 유일의 공영방송 TBS는 새로운 조례가 없으면 2023년 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의 소중한 미디어 자산인 TBS를 이렇게 빼앗길 순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안으로 언론단체, 마을미디어, 5개 야당 서울시당 등이 모여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를 만들기 위한 '주민조례발안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9월 26일까지 2만 5천 명의 서울시민 서명을 받는 게 1차 목표다. 권력에 빼앗긴 TBS를 주민조례를 통해 시민이 직접 되찾자는 '리셋 TBS',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보려 한다. <기자말>

[신지혜]

"최근 발생한 초등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학생인권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
"과거 종북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

서울 S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이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학생인권조례가 대한민국을 붕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한 셈입니다. 그것도 S초 교사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다며 현장의 교사들이 이제라도 제대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하는 동안에 말입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어렵게 한자리에 모여 절절히 호소하는 교사의 요구는 외면하면서 '학생인권조례'만 정조준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럴 때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무작정 검증도 없이 정부·여당의 편향된 말을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은 아닐 것입니다. 자료를 토대로 검증하거나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의견도 함께 담아 보도하면서 국민이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도 제대로 제공해야겠죠.

하지만 정부·여당의 말에 비판적으로 보도하면 공정하지 않은 보도라고 '편파 보도' 딱지를 붙일 뿐만 아니라 '좌편향 언론'이라고 낙인부터 찍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좌편향 언론 매체, 각오하라'

지난 7월의 뜨거운 이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 노선에 대한 특혜 의혹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 매체 역시 노선 변경을 결정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의혹을 비롯해 변경안 주변에 누가 얼마나 땅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의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그러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향해 '좌편향 언론 매체'라고 말하며, '책임을 물을 테니 각오하라'고 겁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이면 '좌편향'이고, 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 등의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면 '가짜뉴스'라는 식이었습니다. 언론을 비롯해 국민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사실 관계를 밝히며 의혹을 푸는 것이 정부·여당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혹 해소보다 가짜뉴스를 탓하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고, 여당은 언론에 재갈 물리는 식으로 겁박하는 형국입니다. 정부·여당의 말에는 토씨 하나 붙이지 말고 그대로 보도하고, 국민은 그런 보도를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꿈꾸는 걸까요?
  
TBS 재정 쥐고 흔드는 서울시와 국민의힘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2.11.15
ⓒ 연합뉴스
언론을 향한 고소·고발 외에도 재정을 빌미로 언론을 옥죄기도 합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대통령 시행령으로 뚝딱 의결해 공영 방송의 재정을 쥐고 흔드는 일이 서울시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오고 난 뒤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독립언론 하고 싶으면 재정도 독립하라'며 급기야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되었던 지난해 11월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 수정안(아래 TBS 지원조례 폐지)'을 통과시켰습니다.

재정을 빌미 삼아 국민의힘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TBS 시사프로그램은 줄줄이 폐지됐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었지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TBS 자체 혁신안에 따라 지원 조례 폐지를 개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던 탓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이번엔 추경 편성을 쥐고 김어준이 돌아오지 못하게 하거나 제2의 김어준이 등장하지 못할 확실한 혁신안을 내라는 압박이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 6월 12일 '시사 프로그램 없는 TBS'가 되겠다며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TBS 혁신안이 발표됐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의원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TBS 추경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체 재원 조달 능력이 왜 지난해보다 떨어졌느냐며, 열심히 노력 안 한 탓이라며 TBS를 채근합니다. 폐교를 선언해 놓고 왜 신입생 수가 전년도보다 줄었냐고 혹은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더 늘지 않았냐고 몰아붙이는 꼴입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재정을 빌미로 서울시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힘 과시를 하는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언론사가 얼마나 될까요? 결국, TBS를 서울시 시정 홍보 잘하는 매체로 굴복시키기 위해 재정으로 겁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자체가 민주주의 위협이라는 것을 정부·여당만 모르는 듯합니다.
 
 지난 2월 22일 열린 TBS 주민조례안 관련 시민공청회에서 글쓴이인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론장 역할 수행할 공영방송 TBS 필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TBS를 재정으로 압박하며 재정 지원받고 싶으면 서울시 홍보 방송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시민을 방송이 보여주는 대로 믿는 우매한 존재로만 바라본다는 우려를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면 서울시정을 비판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정부의 보조금을 빌미로 한 겁박과도 퍽 닮은 권위주의적 행보입니다.

서울시와 국민의힘의 겁박이 거세질수록, 서울 시민이 바라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과 필요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때입니다.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이고,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사고가 수많은 언론사에 보도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민에겐 서울시민을 위한 제대로 된 공론장 역할을 해 낼 공영방송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서울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공론장 말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동행'입니다. 서울시민과 동행하는 방법은 형식적인 청문회나 공청회를 벗어나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일 겁니다. 공약에도 없었던 서울 마포 쓰레기 소각장 신설 계획이나 얼마 전 갑작스레 오른 버스요금 등은 서울 시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청취했어야 할 정책입니다. TBS가 서울시의 공영방송으로서 서울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깊게 담을 수 있는 시사 공론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2021년 4월, 글쓴이 신지혜가 고정출연 중이었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대신해 TBS더룸에 출연했던 모습. 왼쪽부터 최영일(진행자), 노영희(진행자), 천하람(패널), 신지혜(패널)
ⓒ 기본소득당
예산문제로 지난해 말 폐지된 TBS <더룸>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처음으로 시사프로그램 고정출연을 했던 귀한 방송이었습니다. 어떤 방송사도 소수정당의 정치인을 고정 출연시키지 않을 때, TBS는 낯선 정치인을 고정출연시키는 도전을 했다고 봅니다.
이제 TBS가 서울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담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서울시민께서 응원해주십시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이 폐지한 조례를 찔끔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공영방송으로 자리매김할 TBS 지원조례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주십시오.
 
 ▲ TBS 주민조례 서명에 참여할 수 있는 QR코드
ⓒ 민주언론시민연합
 

* TBS주민조례제정추진운동에 함께하는 분들이 적는 글이며, 매주 게재될 예정입니다.
* 응원의 목소리는 큰 힘이 됩니다. 링크(https://www.juminegov.go.kr/ordn/reqDtls?pSfLgsReqOnlineSno=C20230000000553) 또는 QR코드를 통해 서명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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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신지혜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이자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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