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휘젓는 '갑질 학부모' 없는 학교, 이렇게 가능했다 [이게 이슈]

김성천 2023. 7. 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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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슈] 합리적인 다수의 학부모가 갑질하는 학부모를 견제해야

[김성천 기자]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앞에서 한 시민이 1학년 교사의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애도의 메시지를 쓰고 있다.
ⓒ 유성호
 
서울 S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교사들은 학부모 갑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학교 현장이 황폐해졌음을 직감할 수 있다.

왜 이러한 일이 나타난 것일까? 80년대와 90년대 학부모가 보이는 세대적 특성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기점으로 대입과 취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의 시기를 거쳤으며, 공동체보다는 개인 권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다자녀가 아닌 한 명 정도 자녀를 두면서 자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과도한 자녀 사랑이 왜곡된 양육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났다는 교사들의 의견도 많다. 코로나 시절에 학생들은 친구나 교사와 제한된 상호작용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학습과 정서 차원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남용도 일부 학부모 갑질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주목되었다. 이 법은 본래 가정에서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는데, 지금은 역으로 학부모가 교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자녀를 방어하기 위해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도 한다.

이 법은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남발될 수 있다. 아동학대 의심 시 사법 경찰이 즉시 현장에 출동하고, 교사와 아동이 분리되며, 교사가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아동학대 의심을 받는 교사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며, 버티다 못해 병가 내지는 휴직으로 이어지고, 담임이 교체되면 다른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다시 전가된다.

초등학교 학부모는 학년이 낮을수록 자녀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적은 상태이다.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다. 학교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경우, 아이가 담임 또는 교사들에게 피해 내지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것이 극도의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로 '쳐들어가서' 교장과 교감 나오라고 소리 지르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학교가 이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는 서비스 관점이 강할 때, 자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길 수 있다. 부모로서 그 책임성을 상실한 것이다. 자녀 주위를 떠나지 못하는 '헬리콥터 맘'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채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학교를 휘젓는 '몬스터 페어런트'로 발전하게 된다. 이들은 어떤 일이든 자녀의 입장을 중심으로 사안을 판단한다.

여기에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움을 겪어도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안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훌륭한 교장·교감도 있지만, 학교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거나 사안이 조용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사안의 본질을 교사의 무능으로 돌리면서 교사가 기지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권한이 큰 것도 아니고, 특히 악성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경우에는 학교 차원에서도 대응하기 어렵다.

교육청에 어떤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교육청 교권보호센터 역시 인력도 열악하고 전문성도 높지 않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몇 명의 교사에게 교육청 교권보호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보라고 권고한 적이 있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스스로 변호사를 별도로 알아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학생인권조례'가 문제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학생인권조례를 문제 삼고 나섰다. 교육부 장관과 일부 교육감들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국에 학생인권조례가 다 있는 것도 아니고, 17개 시도교육청 중 고작 7개 시도교육청(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교권 침해 사례가 없다는 말인가?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던 배경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지 못했으며,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이나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이 학교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대통령실은 학생인권조례의 어느 조항이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 감수성 향상을 원한다.

갑질을 하는 학부모나 모든 학생을 힘들게 하는 '금쪽이'가 학교에 존재한다면, 그들에게 인권 감수성, 타인에 대한 배려, 공감 능력이 낮은 것이 문제이다. 그들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며, 그 문제를 공동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의식이 학생인권조례에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교사들에게 체벌을 허용하면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까? 더욱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교권은 교사가 누려야 할 시민으로서 권리를 내포하며, 학생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교권 침해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지만, 무수히 많은 지침과 규제로 교원의 권한을 끊임없이 축소시켰던 교육부와 교육청도 교권 침해의 핵심 주체이기도 하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입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는 그것이 당장의 통제 기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폭력 사안에서 알 수 있듯이, 자녀의 불이익을 막기 위한 학부모의 민원과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마구 발표하고 시행한 정책 남발이 학교를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 차라리 생활기록부에 온갖 규제 장치를 풀고, 교사의 평가권과 기록권을 제대로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악성 민원에 대한 강력한 대처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 교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럴듯한 정책 발표는 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과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소송이 걸렸을 때, 왜 교사들이 자비를 들여서 변호사를 알아봐야 하고 대응해야하는가? 현장과 동떨어진 매뉴얼과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전담팀을 신설하지만, 문제를 겪는 교원의 어려움을 제대로 돕지는 못했다.

교통사고가 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당사자 간 협의를 하지 않고, 보험사가 시스템으로 해결한다. 기자의 기사에 소송이 걸렸을 때는 언론사에서 대응한다. 교육 분야는 "교사의 독박"이 있을 뿐이다. '외로운 상황', '외로운 업무 처리', '외로운 대처', '외로운 존재', 이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제도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공동체 복원
 
 지난 20일 서울교육청앞에서 서울교사노조와 전국초등교사노조 조합원들이 ‘신규 교사 사망 사건 추모 및 사실 확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나 교권보호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기능 강화, 학교별 전담변호사 지원 등 각종 대안이 제시되고 있고, 이 기회에 반드시 개선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법적 대응만으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덕양중이나 세종 소담초, 이우중고 등 적지 않은 혁신학교에서는 학부모 모임나 학부모회, 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다. 다모임이나 연석회의와 같은 학부모 간 소통,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체계를 갖추어 학급운영, 생활지도, 교육과정, 수업 등의 영역에 대한 불만과 오해를 사전에 불식시킨다.

학교 공동체에 발생하는 문제를 보면, 자녀와 교사, 학생과 학생 간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떤 교육 행위가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상처와 오해 등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잘못하게 되면, 일이 증폭될 수 있다. 이 경우,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한다. 동시에, 상황 해석도 중요하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학부모회가 갖는 중요성이 커진다. 즉, 갈등의 완충 지대를 모색해야 한다. 자녀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한 학부모가 담임교사 내지는 학교장에게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보다는 학부모 모임이나 학부모회를 거쳐서 논의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학부모회에서 공적으로 문제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개선점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학교장의 소통 의지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이 필요하다. 교직원들이 전문적 역량을 구축하고, 학부모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학부모 역시 학교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합리적인 다수의 학부모가 학교를 휘젓는 일부 학부모를 견제하고 견인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 커뮤니티의 힘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학부모, 학생회, 교직원회가 활성화되어 소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특정한 문제를 의미 있게 해결한 학교 사례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변방으로 치부되고 있는 학부모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부와 교육청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학교는 사법기관과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소위 갑질하는 일부 학부모가 학교를 함부로 휘저을 수 없는 공동체적 통제와 연대의 문화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학교 내에서의 자가 면역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는 관료조직과 공동체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3주체의 참여와 소통 구조의 회복과 복원이 된다면, 상당수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잃어버린 학교 공동체 복원의 첫걸음은 학부모회의 활성화와 내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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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교육연구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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