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홍콩 학생에 보낸 답신에 '한국전쟁' 언급, 왜?
홍콩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보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답신이 26일 중국 관영 매체 1면을 장식했다. 홍콩 화교 학교 학생들이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유해 귀국 안장식 등 여러 애국 활동에 참여한 것을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은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그것도 굳이 답장에 '한국전쟁'을 언급한 이유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애국심 고취란 목적도 있겠지만, 사실상 북한 '전승절'을 맞아 북᛫중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 푸이키우고등학교(培僑中學) 학생 대표가 올해 6월 보낸 손 편지에 시진핑 주석이 친히 답장한 내용을 26일 자 1면에 실었다. 홍콩 반환 26주년을 맞아 지난 1년 간의 애국 활동에 대해 보고한다는 내용에 대해 시 주석은 "재한(在韓) 지원군 열사(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유해 귀국 안장식, '톈궁(天宮᛫우주정거장)' 우주인과의 교류 등 활동을 통해 중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홍콩 청년 세대로서의 사명과 책임을 깊이 느꼈다는 소식을 들으니 대단히 흐뭇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시 주석은 "애국주의는 중화민족 정신의 핵심이며, 나라와 홍콩을 사랑하는 많은 홍콩 동포의 자랑스러운 전통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가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편지가 도착한 지 한 달도 더 넘은 상황에서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시 주석의 답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자 그 뒤 숨은 의도에 대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명보는 편지 첫머리부터 '애국주의'로 운을 띄운 것은 홍콩 학교에 대한 애국심 고취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시진핑의 의중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6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심의된 '중화인민공화국 애국주의교육법' 초안이 아직 홍콩에서는 입법 절차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홍콩 교육계에도 더 많은 요구가 하달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명보는 또 편지에서 시 주석이 굳이 '한국전쟁'을 언급한 것을 두고 북한의 '전승절'을 맞아 북᛫중 우호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 70주년으로 북한에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전승절'을 기념하기 위한 경축행사가 한창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중국군 묘지를 방문해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의 묘에 헌화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기념행사에 초청했다. 따라서 시 주석이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을 기리는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을 격려한 말은 사실상 북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
한편 올해로 개교 76주년을 맞은 푸이키우고등학교는 홍콩에서 최초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중 성향의 화교 학교다. 70년 전 이 학교 학생 20여 명이 '항미원조(抗美援朝, 6.25전쟁의 중국식 명칭)' 전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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