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담배 재고 조작해 1000억원 탈세… 대법 "인상차액 노리고 임시창고에 담배 쌓아놔"

허경준 2023. 7. 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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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필립모리스가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재고 담배를 미리 도매상에 판매한 것처럼 꾸며 1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탈세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국세청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재고 담배를 실제로는 2015년 1월 이후 도매상에 인상된 가격으로 넘겼는데, 담뱃값 인상에 따르는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으려고 미리 판매한 것으로 꾸며서 탈세했다고 보고 99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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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합리적 경영 판단 범위… 세금 인상 회피 아냐"
대법 "담뱃값 인상 차액 얻으려 임시창고 만들어"

한국필립모리스가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재고 담배를 미리 도매상에 판매한 것처럼 꾸며 1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탈세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개별소비세 취소 소송에서 "국세청은 필립모리스에 세금을 돌려주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애초 담배는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는데, 2014년 개별소비세법 개정으로 1갑당 개별소비세 594원이 붙게 됐고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007원으로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담뱃값은 2015년 1월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말보로, 팔리아먼트 등 담배를 국내에서 생산 판매하는 한국필립모리스는 이처럼 담뱃값 인상이 예고되자,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임시창고를 짓고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담배 1억9100만여갑을 축적하고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말까지 도매상에 판매한 것처럼 꾸몄다. 담뱃세는 공장에서 제조해 창고에 보관하던 담배를 도매상으로 넘길 때 부과된다. 국세청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재고 담배를 실제로는 2015년 1월 이후 도매상에 인상된 가격으로 넘겼는데, 담뱃값 인상에 따르는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으려고 미리 판매한 것으로 꾸며서 탈세했다고 보고 99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국세청의 결정에 불복했지만 조세심판원이 인정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세청이 문제 삼은 담배는 개별소비세가 붙기 전인 2014년에 실제로 도매상에 반출했다는 한국필립모리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임시창고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정상적인 물류 시설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임시창고는 담뱃값 인상 전에 재고를 최대한 많이 쌓아놓고 나중에 인상 차액을 얻으려고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장소라고 봤다. 재판부는 "전산시스템에 담배를 세금 인상 전 미리 판매한 것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담배가 임시창고에서 도매상에게 넘어간 201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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