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9월'·유한 '10월'…폐암 치료제 전쟁, 누가 승기 잡을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왕좌 경쟁
AZ, 9월 WCLC '플라우라2' 공개
유한, 10월 ESMO '마리포사' 공개 전망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의 폐암 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항암 치료제는 2·3차 치료제로만 승인받을 경우 최초 치료에서 환자가 완치 또는 사망한다면 약이 쓰일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보다 많은 기회를 위해 1차 치료제로의 진입을 계속 시도하는 이유다. 타그리소는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후 2018년 1차 치료제까지 용법을 확장했고, 렉라자도 2019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차 치료제 승인을 받고, 지난달에는 1차 치료제로 변경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모두 1차 치료제로 진입에 성공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 가지 약만을 쓰는 단독 요법이 아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약이나 치료법을 병행하는 병용 요법에 대한 탐색도 치열하다. 이에 1차 치료 병용요법의 우위를 두고 오는 9월과 10월 각 사가 주력하고 있는 임상의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AZ는 오는 9월 9~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23 세계폐암학회(2023 WCLC)에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시스플라틴 등 백금 기반 화학항암제의 병용 투여를 1차 치료요법으로 활용하는 '플라우라2(FLAURA2)' 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11일 기조세션(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될 예정으로 전체 초록 내용은 다음 달 16일 공개될 예정이다.
AZ는 기존 타그리소 단독 치료법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항암제 효능의 주요 평가 지표 중 하나인 무진행 생존 기간(PFS)이 기존 타그리소의 1차 단독 치료요법에서의 PFS 중앙값인 18.9개월보다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WCLC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며 기대가 커지고 있다. PFS는 치료 후 암이 더는 진행되지 않은 기간을 뜻한다. 즉, 화학항암요법을 함께 쓸 경우 타그리소 단독 기준 평균 1년 7개월 이후였던 암 재발 시점을 더 늦추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플라우라2 임상은 렉라자 따돌리기 성격도 짙다는 평가다. 화학항암요법을 통해 상당한 효과가 확인될 경우 1차 치료법의 대세를 바꿀 수 있는 만큼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기술수출한 얀센(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의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을 따돌리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얀센과 '마리포사' 임상…국내에서는 '무제한 무료 공급'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인 '마리포사(MARIPOSA)'는 오는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대조군으로 아예 타그리소를 설정해 진검승부에 나선 가운데 이미 렉라자 단독 요법에서 20.6개월의 mPFS를 확인한 만큼 이를 뛰어넘는 결괏값이 나올지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공개된 이 병용요법의 소규모 임상인 '크리살리스(CHRYSALIS)' 결과에서는 치료 기간 중앙값이 33.5개월로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21일 존슨앤드존스 콘퍼런스콜에서 "1차 치료의 새로운 표준 요법이 될 가능성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호아킨 두아토 얀센 대표가 이 병용요법을 연간 50억달러(약 6조3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꼽는 등 회사 측의 기대도 크다.
이 병용요법의 또 다른 강점은 리브리반트가 이중항체 치료제라는 점이다. 리브리반트는 EGFR 변이 외에 MET 유전자 변이도 표적으로 한다.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에서는 2~3% 수준으로 비중이 극히 작지만 3세대 EGFR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중 20~30%가 MET 변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이 지점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AZ도 타그리소와 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 개발을 통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으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성공할 경우 타그리소-리브리반트 병용도 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입증해 경쟁에 나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1차 단독 요법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타그리소가 국내에서도 2018년 1차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첫 문턱인 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에 무려 5년이나 걸리며 아직도 급여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가운데 렉라자가 지난달 1차 치료제 확대에 성공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일러야 연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제한 무료 공급'하는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제시하며 먼저 치고 나가는 양상이다. 사회 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아직 타그리소가 시장에 전면적으로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환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된다. 최근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에서 EAP 1·2호 환자가 등록된 상태로 지속해서 대상 환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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