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폭염에도 코로나-독감 기승... 왜 그럴까?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 여름에도 유행 이어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4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6월4주 1만 7441명이던 확진자 수가 7월1주 2만 1856명, 2주 2만 6705명 3주 3만 6261명으로 늘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4주 연속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것으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1 미만이면 유행 억제를 의미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검사 수가 떨어진 지금은 숨은 환자까지 하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원내 입원자, 보호자 등 의무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사람들을 봤을 때, 현장에서 코로나19 증가 추세는 두 달 전부터 느껴졌다"고 했다. 이유는 크게 3가지, ▲우세종이 면역 회피력 높은 XBB계열로 전부 바뀌었고 ▲백신 접종 시한이 지나 방어 효과가 떨어졌고 ▲거리두기 정책 완화로 개인 방역까지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독감도 증가추세다. 질병청이 운영하는 전국 의원급 인플루엔자 표본감시기관 196개의 감시 결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사 환자가 올해 25주(6.18∼6.24) 15.0명에서 26주(6.25∼7.1) 16.1명, 27주(7.2∼7.8) 16.3명, 28주(7.9∼7.15) 16.9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 교수는 "인구 집단 면역은 백신 접종을 해서 생기는 면역에 자연적으로 생기는 면역 합으로 구성되는데,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 독감이 돌지 않아 백신을 맞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제외하곤 면역이 없는 상태다"라며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여름에도 독감이 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와 독감 말고도 다른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들도 활개 치고 있다. 28주차(7.9.∼7.15.) 독감 의심 환자 원인 병원체를 분석해 보니,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18.6%), 아데노바이러스(15.9%) 검출률이 높았다. 그다음 코로나19 바이러스(12.3%),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11.1%),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10.5%), 인플루엔자(6.3%) 순이었다. 모두 증상이 비슷해, 검사로만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8월 확진자 주춤하다 9월 말부터 다시 폭증 전망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독감 등 호흡기 질환 유행 추세가 앞으로 살짝 주춤하다가 가을에 들어서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는 "호흡기 질환은 초등학생 등 학령기 학생에서 먼저 유행이 시작되고 위아래 연령으로 퍼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방학 기간이라 학생들이 모여있지 않으니, 특히 인플루엔자는 억제하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을이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계절에 들어서면 확진자 수가 폭증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가을이면 건조해지고, 기온이 떨어져 바이러스 활동률이 올라가는데 개학해 실내 밀접 환경이 늘어나면서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해외에선 XBB가 아닌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늘고 있고, 독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돌고 있는 A형 말고 면역력이 더 없는 B형이 유행하면서 트리플 데믹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플데믹은 코로나19, 독감 그리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기 두 질환 이상에 동시 감염되는 환자가 나올 수도 있는데, 최근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주 퀘스트 다이어그나스틱스(Quest Diagnostics) 임상 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동시 감염 사례가 특히 많았다. 동시 감염 환자는 질환 예후가 안 좋고, 합병증 위험이 더 높다. 이번 겨울을 나면 다시 호흡기 질환 유행 패턴은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원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독감은 아직 역학 변화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 코로나19와 겹치며 어떤 유행 양상을 보일진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먼저 방역 조처를 빠르게 해제한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 독감 유행 패턴이 여름에 줄어드는 예전 패턴으로 다시 돌아갔고, 우리나라도 그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가을이 고비다. 대책은 서 있을까? 전반적인 방역 정책은 오히려 완화될 예정이다. 이르면 8월 중순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은 2급에서 독감과 같은 4급으로 조정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4급 전환을 위한 감염병예방법 개정법률안이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24일 행정 예고했다"며 "최근 국내외 유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친 이후 확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7월 1주차 중증화율과 치명률 각각 0.10%, 0.03%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위험도 평가도 낮음 단계를 유지하고 있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4급으로 조정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요양원 등 감염 취약시설을 포함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확진자 수 집계와 발표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환자 검사비 부담도 커진다. 지금은 진찰료 일부만 환자가 부담하고 신속항원 검사비는 무료지만, 조정되면 검사비까지 더해 1~3만원을 내야 한다. 60살 이상 등에게 무료인 PCR 검사도 유료로 전환된다.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중단 여부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현재 확진자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라면 10만원(1인), 15만원(2인 이상)을 생활지원비로 지급하고 있고, 30인 미만 사업주가 확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도록 유급휴가비도 지원하고 있다. 백신은 계속 수급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 7월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고위원 전원 동의로 XBB.1.5 변이 기반 개량 백신을 가을·겨울 접종용으로 결정했다"며 "10월 접종 시작을 목표하며 백신 도입 시기, 공급량 등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제조사와 협의 후 이르면 9월 전후로 발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가을로 갈수록 유행은 증가하고, 방역 대책은 완화되므로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개인 방역이다. 최원석 교수는 "이제 마스크를 의무로 써달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증상이 있다면 비말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자발적으로 착용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4급으로 바뀌는 건 단지 사회적 중요도가 조정되는 것일 뿐, 개인 차원에서 대응하는 조치가 의미를 잃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외에도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실내에 있을 땐 잦은 환기를 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는 60세 이상에서 급증하는 추세로, 고위험군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김우주 교수는 "고위험군은 증상이 생기고 5일 이내에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70~80% 중증화율이 더 낮아진다"며 "나는 아니겠지라는 안전불감증이 문제로, 증상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길 권한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중 팍스로비드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투약 대상을 코로나19 확진자에서 코로나19 증상 의사를 밝힌 환자로 변경했다. 처방 대상 기준은 고위험군 중심이다. 박윤선 교수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는 수급도 잘 되고 있어, 40세 이상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적극적으로 처방 요청을 하는 것도 권한다"며 "독감도 앓는 기간, 이환 기간을 줄여줄 수 있으므로 제때 처방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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