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독점 막아라"…현대·기아, GM 등과 전기차 '충전 동맹'(종합)
테슬라가 충전 네트워크 넓혀가자 조인트벤처로 대응
현대차와 기아가 제너럴모터스(GM), BMW,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와 북미 지역에서 '충전 동맹'을 구축하고 앞으로 3만개 이상의 충전소를 북미지역에 함께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충전소가 전기차의 흥행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충전 네트워크 독점 움직임을 보이자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충전소와 충전방식 등 전기차의 기술표준 장악을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북미에 충전소 3만개…CCS·NACS 함께 제공현대차와 기아, GM 등 이들 7개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7개 제조사는 조인트벤처를 통해 북미 지역에 최소 3만개의 고성능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4년 여름에 미국에서 첫 충전소를 개장, 이후에는 캐나다로 확대한다.
충전소는 모든 전기차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미국 표준인 통합충전시스템(CCS)과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북미충전표준(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조인트벤처는 참여 회사들의 지속 가능성 전략에 따라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며 "전기차 충전이 더 간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믿을 수 있게끔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충전소에는 캐노피(지붕과 같은 덮개)를 설치하고 화장실과 음식 서비스, 소매점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다. 일부 플래그십 충전소에는 추가 편의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조인트벤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은 구체적으로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업체들이 최소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 전기차 확대하려는 것이지만…핵심은 '테슬라 견제'업체들이 이처럼 직접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다수의 소비자가 충전소가 부족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 전기차를 확대, 보급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7월 현재 미국에 3만2000대의 공공 DC 고속 충전기가 있다. 이를 230만대의 전기차가 이용하고 있어 충전기 1대당 차량 비율은 72대 수준이다.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2030년까지 도로에서 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3000만∼4200만대의 플러그인(충전) 차량을 지원하려면 18만2000대의 DC 고속 충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NEVI)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는데 충전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야 전기차 수요도 빠르게 늘 것으로 보고 만든 보조금 프로그램이다. 업체들은 조인트벤처가 이 프로그램 요건을 충족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백악관은 이번 결정을 두고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업체들이 나선 더 큰 이유는 사실 업계 1위인 테슬라와의 경쟁을 통해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10년 넘게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한 테슬라는 미국 전체 고속 충전소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테슬라는 GM과 포드, 리비안, 볼보까지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와 손잡고 충전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인 NACS 방식이 기존 대세였던 CCS를 뒤집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인 GM이 테슬라와의 협력과는 별개로 다른 6개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구축, 테슬라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인트벤처 설립 계획과 별도로 메르세데스가 북미 3000곳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고속 충전소 1만개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올해 초 발표하는 등 개별적으로 충전망 확충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세계 최대 급속 충전 제공업체 중 하나인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의 대주주인 폭스바겐도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인트벤처는 이들 업체와 충전 네트워크 경쟁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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