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영웅]④신원식 "영웅의 희생, 걸맞게 대우해야"

장희준 2023. 7. 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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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희생 외면하면 위기때 누가 싸우겠나"
국군포로 北 손배소…'국가 先배상' 법 개정안
귀환 포로에 급 나눈 軍…"등급제 재검토해야"
생존자 모시고 애로사항 청취…"잘못 고칠 것"

편집자주 -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며 한반도에서 포성이 멈췄다. 그러나 수만 명의 국군포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북한의 탄광으로 내몰렸고, 전장으로 뛰어든 젊은 용사들은 조국의 외면 속 '잊혀진 영웅'이 됐다. 70년이 흘러 북한에 억류된 생존자는 90세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마지막 기회'로 평가되는 이유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국군포로의 희생을 외면한 제도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모색한다.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7층에는 특별한 '테이블'이 있다. 새하얀 천이 깔린 동그란 테이블 위엔 소금과 장미, 뒤집어 놓은 와인잔, 촛불 등이 놓여 있다. 각각 국군포로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눈물', 그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 함께하지 못하는 '슬픔' 등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촛불은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을 밝혀줄 '등불'을 상징한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 입성 직후 이 테이블을 사무실 문 앞에 놓고 '무사귀환'을 염원하고 있다.

신 의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외면한다면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느 누가 목숨 바쳐 싸우려 하겠는가"라며 "목숨 걸고 싸운 국군포로를 보호하고 예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신 의원은 지난달 초 국군포로송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성태 어르신을 비롯한 귀환 국군포로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배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 등에 지급할 저작권료를 보유하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이사장 임종석)이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경문협 측은 '북한 당국이 아닌 저작권자에게 줄 돈이라 처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 의원은 법원의 채권 추심명령에 항고까지 했던 경문협에 대해 "종북이 아닌 이상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질타했다. 실제 북한은 개인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경문협이 쥐고 있는 저작권료는 추후 김정은 정권의 수중, 곧 핵·미사일 개발자금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신 의원은 "귀환 국군포로 대부분이 90세를 넘긴 고령인 만큼 경문협을 상대로 한 분쟁과는 별도로 국가가 먼저 배상할 수 있도록 대위변제 방식을 적용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에 마련된 '국군포로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테이블.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그는 귀환 국군포로 80명이 모두 자력으로 탈북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역대 정부는 '보여주기' 수준으로 포로 송환을 요구했을 뿐 사실상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특히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국군포로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며 "유엔 인권이사회가 2021년 3월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국군포로 내용이 처음 담겼을 때도 공동제안국에서 이탈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이 보여준 맹목적인 북한 감싸기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국군포로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정부(국방부 장관)가 손해배상금을 대위변제한 뒤 손해배상 지급 의무가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법 시행 전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까지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국군포로 등급제 재검토"…유관부처 노력도 당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신 의원은 국방부가 국군포로의 급을 나누는 등급제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방부가 귀환 국군포로에 급을 나눠 놓고 80명 중 70명에 대해 '간접적 적대행위'를 한 것으로 여겨지는 최하위 등급을 매긴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3성 장군 출신인 그는 "과거에는 북한에 적극 협조하거나 아군에 불리한 비밀을 누설할 가능성을 우려해 이런 기준이 필요했다"면서도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수십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린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보훈'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유관 부처의 노력도 당부했다. 국방부는 물론 북한과의 협상 카운터파트인 통일부,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외교부, 참전용사의 헌신을 예우하는 보훈부 등이 해당한다. 신 의원은 "대화도 중요하지만, 통일부가 북한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해선 안 된다"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무단가동의 책임을 묻는 대북성명을 낸 것처럼 정부가 국군포로 송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낼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 "국군포로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고도 중요하다"며 "민주당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법 개정이 쉽지 않겠지만, 조국을 위해 싸운 국군포로가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잘못된 것은 바로잡겠습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귀환 국군포로 생존자를 위문하고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신 의원은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귀환 국군포로 유영복·김성태 어르신을 직접 의원실로 초청해 위문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그는 "역대 정부가 그동안 잘못한 것이 맞다"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세히 살피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면담에는 국방부 관계자 등도 배석했다.

특히 유영복 어르신은 "마치 우리가 남고 싶어서 북한에 남은 것처럼, 왜 포로 송환 때 오지 않았냐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것이 참 비참했다"며 "과연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중) 몇이나 살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탄광에 갇힌 그 수십년 동안 전향을 원하거나 남고 싶어서 남은 것이라고 오해하는 인식이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군포로 A 어르신이 26일 밤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로써 귀환 국군포로 생존자는 12명으로 줄었다. 그는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한 달 앞둔 1953년 6월 강원 금화지구 전투에서 붙잡혀 47년 동안 함경남도 단천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당했으며, 일흔을 넘긴 2001년 자력으로 탈북했다. 국군수도통합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오는 29일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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