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이 곳에선 계단을 이용하세요…지하철에서 얻는 ‘헬시플레저’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잠시 잊고 계단을 하나씩 오른다. 2칸을 오르면 0.3kcal씩 칼로리가 소모되고 계단 이용자 1명마다 10원에서 20원, 30원이 적립돼 어려운 이웃에 쓰인다. 건강도 챙기고 기부도 할 수 있는 헬시 플레저의 대표적인 건강기부계단이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는 Healthy(건강한)와 Pleasure(기쁨)가 결합한 단어로, 건강 관리의 즐거움을 의미한다. 건강을 생각해 만든 건강계단에 기부의 즐거움도 더할 수 있다.
건강기부계단은 2014년 서울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서울시청 시민청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이다. hy와 서울시가 함께 기획한 민관협업 공익활동이다. 이용자가 계단을 오를 때마다 hy가 10원을 기부한다. 2014년 설치 이후 9년간 1200만명이 이용, 누적 1억원을 적립했다. hy는 적립된 금액만큼 취약계층에 건강식품을 지원한다. 올해는 취약계층 아동 250명에게 컵과일과 요거트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hy 매니저가 4∼6월 주 5회 대상 아동 주소지로 식품을 배달해준다.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는 ‘아트건강기부계단’이 있다. 이용자 1명당 20원씩 바이오헬스 업체 ‘365mc네트웍스’가 기부금을 적립한다. 매년 40만, 50만명이 이 계단을 이용한다. 국내 19개 생명보험사들이 설립한 공익재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시청역, 왕십리역, 상봉역, 경복궁역 등에 건강기부계단을 설치했다. 경복궁역의 경우 태극문양의 디자인과 밟으면 가야금 소리가 나온다. 적립된 기부금은 걷기 어려운 장애아동들의 보행 보조기구 지원에 쓰인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인 ㈜에스알은 SRT 수서역에 ‘이웃과 함께하는 건강기부계단’을 통해 이용자 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부산은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BNK건강기부계단’이 있다. 2016년 부산지역 최초로 설치된 것으로 시민이 계단을 이용하면 1인당 10원이 적립된다. 적립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에 기부된다. BNK부산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93만여명의 시민이 계단을 이용해 적립된 930만원에 1100만원을 더해 총 2000만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지난 21일 재단에 전달했다. 지난 7년간 누적 적립금은 1억4000만원이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은 부산 지하철역에 ‘HUG 사랑의 건강기부계단’을 설치했다. 부산역 7번 출구, 남포역 5번 계단, 사직역 2번 계단, 사상역 4번, 6번 계단 등이다. 이용자 1인당 10원씩 기부금을 적립해 연말에 주거취약계층 아동 가정에 지원한다.
인천에는 2호선 시민공원역 1번 출구에 인천 사랑병원의 후원으로 시민이 계단을 1회 이용할 때마다 30원씩 후원금이 적립된다. 경기에는 안양역, 의정부역, 의정부시청역, 동안구청 등에 설치돼 있다. 안양역 ‘나비천사계단’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에게 기부된다. 2017년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김현정 작가의 재능기부와 (주)효성의 기부로 제작됐다.
의정부역 5번 출구에 설치된 건강기부계단도 이용자 1인당 10원씩 적립된 금액을 4개 후원기관(의료법인 희경의료재단 성베드로병원, 추병원, 한성희치과, 한국마사회 의정부지사)의 기부를 통해 관내 저소득층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정부시청역 2번 출입구에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이 ‘피아노기부계단’을 설치, 운영 중이다. 피아노기부계단은 이용자가 한 걸음씩 오르내릴 때마다 빛과 음악이 반응하도록 제작됐다. 이용객 1명당 10원의 기부금이 자동으로 누적되고 모금된 기부금은 매년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전달된다. 안양 동안구청도 건강기부계단을 통한 성금은 동안구 소재 의료기관인 김형근예병원, 윌스기념병원, 서울안과의원에서 후원하고 있으며, 동안구청 및 동안구보건소, 안양시나눔운동본부가 협력해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금을 집행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3호선 구암역 용지방면 계단에 대구과학대학교가 ‘피아노 건강기부계단’이 있다. 9개의 건반모양 계단으로, 시민들이 계단을 한 칸씩 오르내릴 때마다 경쾌한 피아노 건반 소리와 함께 LED 조명이 켜진다. 이용자의 수에 따라 소정의 기부금도 적립된다. 대구 2호선 신매역 대합실 안 계단에도 7색 멜로디 건강 기부 계단이 있다. 광주도시철도 상무역 4번 출구에는 신세계안과의 후원으로 한 명의 시민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10원씩 적립되는 ‘사랑의 건강 계단’이 조성돼 있다. 신세계안과는 이같은 방식으로 올해 애자람 그룹홈, 광주 이주여성지원센터, 세광학교 등에 500만원과 225만원 상당의 안건강검진권을 기탁했다. 대전은 시청역에 건강기부계단이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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